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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사건의 시작은 인간의 욕망이었다!

by 푸른바람꽃 2010. 5. 31.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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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읽는 스릴러 소설이었다. 특히 영미권 작가의 작품으로 추리 소설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표지 그림은 뒤로하고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다. 가끔 영화에서 볼 때마다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비롯해 오르막길을 오르내리는 트램이 인상적이었던 아름다운 도시. 그러나 내가 보았던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이 이 도시의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샌프란시스코의 어두운 뒷골목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는데 샌프란시스코는 동성애자들이 유독 많은 도시라고 한다. 이 도시는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 된 곳이라서 동성 부부가 자녀 입양까지 가능하다니 그럴만도 하다. 또한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앞장섰던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하비 밀크의 삶을 그린 영화 <밀크>의 배경이 된 도시도 샌프란시스코였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동성애가 인정되는 곳이라서 그에 따른 문제점도 많았다. 도시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성(性)을 사고 팔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동성애자들이 있었고, 이들이 불법 성매매나 마약, 절도, 살인 등의 범죄와 연루되곤 했던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저자는 주인공 '케이'의 시선을 통해 자세히 묘사해 준다. 주인공 역시 독자들처럼 처음에는 이 거리의 낯선 이방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진작가였던 그녀는 새로운 작품 활동을 위해 거리의 사람들과 친분을 형성하면서 점차 밤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갔다. 특히 케이는 광과민증이라서 일반적인 적녹 색맹과 달리 세상이 온통 흑과 백, 회색으로만 구분됐기에 빛 보다 어둠이 활동에 더욱 편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주인공의 이런 설정이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과 잘 맞아떨어진 느낌이었다.

 

사건은 케이가 특별하게 생각했던 거리의 남자, 팀이 어느날 토막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부터 시작된다. 처음에는 절친한 친구를 참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사건 추적에 나섰던 케이인데, 그녀가 사건에 점점 다가갈수록 사건은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진다. 또한 15년 전 케이의 아버지가 경찰이던 시절 담당했던 토막살인 사건인 'T 사건'과도 연관돼 있음을 직감한다. 저자는 시종일관 사건과 사건을 매끄럽게 이어나가고, 케이 뿐만 아니라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의 입체감을 더한다. 따라서 이 작품 속에는 팀 살인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15년 전의 미제 사건인 T사건도 있고, 이 두 살인사건의 배후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추가 범행들까지 있어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에는  사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너무 일시에 긴장감이 풀어진 것 같아 조금 아쉽다. 그토록 의문에 싸여 있던 'T 사건'이 어떤 단서의 발견이나 특별한 계기 없이 전말이 공개된 셈이다. 그리고 그 사건의 전말도 다소 황당하다는 점이 작품의 옥의 티인 것 같다. 이 사건이 해결되자 팀의 살인 사건도 자연스럽게 실마리가 풀린다. 대강 예상은 했지만 이 두 사건에는 인간의 욕망이 사건의 원인이 되었다. 'T사건'은 단순히 좋은 경찰이 아니라 큰 사건을 보기 좋게 해결해 훌륭한 경찰로 거듭나고 싶어 했던 경찰관들의 욕망이 사건을 수렁에 빠트렸고, 팀의 살인사건은 성적 욕망과 돈에 집착한 사람들이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단순히 스릴러 소설이라고만 말할 수 없을만큼 다양한 이야기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의 마지막 문단에서 저자는 자신의 작품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를 주인공 케이의 작품 '노출'에 빗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누가 이 책이 어떤 내용이냐고 묻는다면 그 마지막 문단을 그대로 인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저자가 직접 설명하듯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지루할 틈도 없었다.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한 번쯤 읽어보고 싶어서 찾아봤더니 아직 국내에서는 이 작품 외에 이렇다 할 작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 저자의 다른 작품을 무심코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데이비드 헌트'라는 작가 이름은 기억해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