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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상뻬

by 푸른바람꽃 2012. 4. 7.
뉴욕의 상뻬 뉴욕의 상뻬
장 자끄 상뻬(Jean Jacques Sempe), 장 자끄 상뻬, 허지은 | 미메시스 | 20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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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공강 시간이면 주로 도서관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냈다. 서가를 오가다 눈에 띠는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 선 채로 한참을 보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장 자크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였다. 모노톤의 단순한 그림들이었지만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빨갛게 물드는 '마르슬랭'이 정감있고 참 인상적이었다. 아마 그 때부터 그의 그림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말부터 6월까지 마침 근무하는 곳에서 그의 작품 원화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뭔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한 그의 수많은 작품들도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전시실 한 쪽에 마련된 지금껏 출간된 그의 책들이었다. <꼬마 니콜라>와 <얼굴 빨개지는 아이>와 같은 책 외에도 마치 전시실을 가득 채운 이 작품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쌓여있는 책들이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속에 <뉴욕의 상뻬>에서도 등장하는 <뉴욕 스케치>도 있었다.

 

그러나 <뉴욕의 상뻬>에서 주인공은 미국 유명잡지 "뉴욕커"의 표지를 장식한 상뻬의 작품들이다. 사실 내게 "뉴욕커"라는 잡지는 낯선 이름이지만 장 자크 상뻬처럼 시사성 있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에게는 꿈의 전당과 같다고 한다. 이 잡지의 표지작으로 선정된다는 것만으로도 무한 영광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 때의 기쁨을 상뻬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뉴욕의 상뻬>는 특이하게도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는데 이 내용은 작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뿐만 아니라 "뉴욕커"의 표지를 의뢰받고 그려서 실리기까지 그 과정 역시 생생히 담아 놓았다.

 

인터뷰어는 전 '텔레라마' 편집장 겸 대표였던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였고, 인터뷰이는 당연히 상뻬였는데 인터뷰어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들과 인터뷰이의 솔직담백한 대답들이 장 자크 상뻬라는 인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영어만 능수능란 했다면 뉴욕에서 살았을 정도로 그곳의 활기넘치는 분위기와 재즈를 사랑했고, 특히 그의 작품들을 봐도 알 수 있지만 뉴욕의 음악, 무용 등 예술은 그에게 늘 깊은 영감을 주는 소재였다.

 

<뉴욕의 상뻬>를 통해 작년에 봤던 그림을 다시 만나 반가웠고, 새로운 작품들은 또 언젠가 그의 전시회에서 반갑게 다시 만나면 좋겠다. 누군가는 한 번도 힘들다는데 상뻬는 1978년부터 지금까지 "뉴욕커"와 함께 표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뉴욕의 상뻬>는 완전한 것이 아니라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미완성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표지로 한 "뉴욕커"는 분명 더 많이 출간될테니 말이다. 간혹 누군가 상뻬의 작품이 왜 좋냐고 물으면 딱히 한 마디로 답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뉴욕의 상뻬>를 통해 그의 작품에서 내가 느끼는 매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발견했다.

 

상뻬는 "아주 미세한 것과 아주 거대한 것을 동시에 볼 줄 안다" (p.77)는 것...

 

1년여 만에 <뉴욕의 상뻬>라는 제목의 장 자크 상뻬 전시회를 다녀온 기분이었다.

거기다 훌륭한 인터뷰어와 함께한 저자와의 깊이 있는 대화는 값진 수확이었다.

 

 

 

 

 

※ 본 서평은 출판사의 제공 도서를 읽고 책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 작성한 것입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