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 보헤미안 김태경 | 시공사(단행본) | 20120417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떠나요, 둘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이 노래만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포옥~ 나오며 마음이 파도치듯 출렁거린다. '제주도 푸른밤'에 대한 애틋한 로망이 과연 언제쯤 실현 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가까운 탄식이다. 내게는 한 번 걸음하기도 이렇게 어려운 곳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꿈 같은 이야기가 <제주 보헤미안>으로 엮여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과 직장의 스트레스, 콘크리트 도시의 삭막함에 답답함을 느끼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제주 살기! 그러나 현실은 꿈처럼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도시를 떠나 제주에 정착한 13명의 인터뷰 기록인 <제주 보헤미안>은 최근들어 부쩍 제주도로의 이주를 생각하는 도시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2년 전인가 주말 드라마로 제주도에서 펜션을 하는 일가족의 이야기가 등장했었다. 매일 아침 현관문을 열자마자 그림 같은 전경이 펼쳐지는 곳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내가 꿈꾸던 삶 그 이상이었다. 그 때부터 입만 열면 제주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 이 책에서는 착실하게 일깨워 주었다.
우선 제주에서 관광이 아닌 살기 위해 내려오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180도 달라진다고 봐야한다. 여행이 판타지라면 삶은 리얼다큐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생업이 필요한데 제주는 알다시피 관광도시인지라 마땅한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이 펜션사업과 카페 창업이다. 실제로 <제주 보헤미안>에 소개된 13명 중 5명은 카페를 포함한 일종의 요식업, 2명은 게스트 하우스, 1명은 이 두가지를 겸하고 있다. 책에 소개될 정도이니 이들은 그나마 제주 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고정 고객과 인지도를 확보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카페를 차리고 펜션을 시작한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인터뷰이들과 책을 쓴 김태경 역시 계속 강조하는 것은 USP(Unique Selling Point), 다시 말해 자신만의 차별화된 특장점이었다.
신규 창업에 있어서 이 점은 도시나 제주나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페들과 그만큼 자주 문을 닫고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는 광경만 봐도 여실히 알 수 있다. 얼마나 특화된 무기를 가지고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성공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 보헤미안>의 13인은 제주에서 살기로 결심하는 순간 각자의 무기가 적어도 하나씩은 있었고, 무기가 없다면 사전에 발품을 팔아서라도 시장을 조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덧붙여 조언하는 것은 제주에서 적어도 한 달 이상 직접 살아본 다음 이주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제주에는 월세와 전세 외에도 연세라는 것이 있었다. 연간 250~300만원 정도면 방이 여럿인 어엿한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도 빌릴 수 있다고 하니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당분간이라도 제주에 내려가 직접 살면서 그곳에서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비결일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삶의 우선적인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생의 "행복"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무엇이 진짜 행복한 삶인지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자. 과연 그동안 인생의 최우선으로 두었던 목표가 우리의 "행복"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 이런 거듭된 질문의 답을 찾아나가다 보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을 발견할 수 있다. 소수의 누군가는 마음이 시키는대로 삶의 혁명을 시도할 것이고, 대부분의 우리는 정답은 알지만 현실과 타협해 오늘과 다름없는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구체적인 꿈을 위한 마음의 작은 씨앗 하나 정도는 품게 되지 않을까? 끝으로 용기있게 그 씨앗을 제주의 땅에 심은 13인의 '제주 보헤미안'들의 삶에 응원을 보내며, 그들의 씨앗이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울창한 나무로 무럭무럭 자라길 바란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