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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by 푸른바람꽃 2012. 5. 6.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홍승찬 | 책읽는수요일 | 201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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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평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이런 까닭에 지금의 직장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정통 클래식 음악회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금의 직장에 입사해 거의 열흘에 한 번씩 개최되는 클래식 연주회를 준비하고, 관객들을 객석으로 이끌기 위해 골몰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나는 클래식 음악에 점차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과거의 나처럼 클래식 음악과 담을 쌓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클래식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으니 그 매력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뭐든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주 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나 "노다메 칸타빌레", 교양 프로그램인 "명작 스캔들" 등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대중적인 프로그램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홍보 매체도 드물기 때문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관련 서적인데 최근 홍승찬 교수가 쓴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역시 클래식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 혹은 관심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매우 좋은 입문서이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일수록 그 시작은 쉽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에서는 명곡에 얽힌 저자의 사적인 경험담과 함께 인상 깊은 음악 작품과 연주자, 지휘자, 오케스트라까지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구어체로 편안하게 적어 놓았다. 부제에서는 CEO를 대상으로한 클래식 강의라고 소개되어 있으나 사실 이 책은 누가 읽더라도 클래식 음악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내용들이다.

 

나는 매 연주회 때마다 곡에 대한 해설을 정리해 책자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영상 자료나 사진 자료도 함께 준비해 무대 양쪽 스크린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때 객석의 맨 뒷자리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진심으로 연주를 함께 즐기는 그들의 표정이 엿보인다. 그냥 음악을 들었을 때와 그 음악과 관련된 창작 배경, 작곡가의 개인사, 초연에 관한 이야기 등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미리 알고 들었을 때는 확실히 감상에 차이가 있다.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에서도 그동안 미처 몰랐던 내용들이 많았는데 그 중 피아니스트들이 지금처럼 옆으로 앉아 연주하게 된 시초가 리스트였으며, 소위 말하는 리스트의 얼짱 각도가 옆모습이었기 때문이라니 참 재밌는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던 내용은 브람스의 순애보였다. 지금껏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에만 주목해 왔었는데 브람스가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죽는 순간까지 마음에 담았었고, 그 사랑을 표현한 노랫말을 읽으니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이 곡을 가장 먼저 찾아 듣고 싶어졌다. 이 밖에도 장례식장에서 울려퍼진 '타이스의 명상곡' 에피소드는 저자의 글만 읽어도 그 순간의 감동이 깊이 전해진다. 

 

이 책을 읽고나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더욱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 나도 저자처럼 이렇게 알기 쉽고 재밌는 곡 해설을 써 대중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잘 소개하고 싶다. 그렇게 딱 한 번이라도 마음의 빗장을 풀고 클래식 음악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면, 어느날 문득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