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린세스 바리 박정윤 | 다산책방 | 20121008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었던 <난설헌>에 이어 올해는 박정윤 작가의 <프린세스 바리>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허초희라는 역사적 인물의 일생을 소설로 만났던 전년 수상작에 비해 이번 <프린세스 바리>는 설화나 민담으로 전해 내려오는 바리공주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169쪽에 등장하는 불나국의 바리공주 이야기는 생소하면서도 전체적인 줄거리는 어디선가 한 번 본 것처럼 익숙하기도 했다.
딸만 내리 여섯인 집에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난 바리는 어미에게 버려져 산파의 손에 맡겨졌다. 산파는 그 길로 바리를 데리고 마을을 떠나 그녀의 친구 묘향(토끼 할머니)이 있는 곳으로 간다. 수인선이 오가는 수인역 인근의 수인곡물시장, 양키시장 등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평생 자식을 갖지 못했던 산파와 묘향의 손에서 딸처럼 손녀처럼 길러진 바리의 기구한 삶이 그려진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소설 속 바리는 설화에서처럼 부모를 살리는 약을 구하러 가는 아이가 아닌 사람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의 빈틈을 메워가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린세스 바리>를 통해 우리는 바리의 인생과 산파의 인생, 묘향의 인생은 물론이며 나나진, 청하사 할머니, 청하, 연슬 등 작품 속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바리의 인생 못지않게 굴곡진 삶을 살아온 주변 인물들의 인생사는 애환과 슬픔이 가득하다. 그리고 행복을 느껴볼 새도 없이 운명은 다시금 바리를 고통 속으로 내친다. 그러나 그런 현실도 이내 수긍하고 또 살아가는 바리의 모습에서 그 보다 산파와 청하사 할머니 등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인간이 마땅히 느껴야 하는 감정의 어느 한 부분을 바리는 못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버려진 바리에게 본능적으로 생긴 자기보호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촘촘한 인물들의 묘사만큼이나 <프린세스 바리>에는 쇠퇴해 가는 수인역 주변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실제로 있을 것 같지 않은 극적인 삶도 현실의 무대를 만나 사실성을 더해주고 있으며 어떤 이유에서건 부모에게 버려졌거나 집안의 생계를 위해 몸을 던져야 했던 누이가 왜 없겠는가. 그들은 적어도 누군가의 딸과 누이, 어머니, 할머니를 연상케 했을 것이다. 이제 2회에 불과하지만 두 작품을 모두 읽으면서 혼불문학상만의 제 색깔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다. 다음 회에도 최명희의 <혼불> 정신이 깃든 새로운 작품을 또 만나길 기대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