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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by 푸른바람꽃 2012. 11. 3.
젊은 베르터의 고뇌 젊은 베르터의 고뇌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임홍배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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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책을 사 주신다 해서 함께 서점에 갔는데 그 때 눈에 띤 것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다. 우선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한 남자의 순애보가 내 마음을 자극했다. 그리고 두껍지 않아 읽기에 큰 부담도 없어 보여 이 책을 골라들었다. 당시 내가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도서출판 오늘에서 펴낸 책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사춘기 소녀의 마음에 썩 와 닿는 내용은 아니었고, 일독을 하고 책장 깊숙한 곳에 꽂아둔 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최근 민음사문학동네가 아닌 창비에서 세계문학전집의 출간 소식이 들려왔고 그 첫 번째 책이 <젊은 베르터의 고뇌>였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제목과는 달라서 조금 어색하긴 했으나 이 제목이 곧 창비가 앞으로 펴 낼 세계문학전집의 출간 의미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테의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읽지 않았더라도 내용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모처럼 다시 읽은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로테를 향한 베르터의 가슴 뛰는 사랑과 그 사랑을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괴로움이 물씬 느껴졌다. 마침 낙엽이 지는 가을이라 그런지 감수성을 물씬 자극하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또한 십대 때는 미처 느낄 수 없었던 베르터의 심경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어 마치 새로운 책을 읽고 있는 기분이었다. 제목과 표지가 모두 바뀌었으니 새로운 책이긴 하지만 말이다.

 

베르터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편지로 자신의 일상을 세세히 전달하는 서간체 형식의 이 작품은 스물다섯 살의 청년 괴테가 쓴 첫 장편소설이다. 작품 속 베르터는 실연의 아픔에 허덕이는 괴테 그 자신이자, 약혼자가 있던 여인을 사랑하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친구이다. 그래서 괴테는 베르터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영시켜 더욱 생생히 묘사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편지 형식이라고는 해도 일방적으로 베르테르가 보내는 편지만 담겨 있어서 편지보다는 일기를 읽고 있는 느낌이 더 강했다.

 

새롭게 바뀐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작품 해설이었다. 역자인 서울대 독문과 임홍배 교수의 자세한 작품 해설은 이 책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 책의 제목에 대한 역자의 뜻도 알 수 있었다. ‘슬픔보다는 더 깊은 고통이 서려있어야 했기에 고뇌가 더 적합했다는 것. 여기에 베르터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인다면 이 소설이 일본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는데 베르터가 일본 특유의 발음인 베루테루로 읽혀 전해졌고 이것이 국내에는 베르테르로 정착되어 지금까지 책의 제목이 잘못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현재 번역 출간된 대부분의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작품이 어떤 제목으로 불릴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렇듯 원작에 충실한 번역과 현대적인 감각, 그리고 독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창비의 세계문학전집. 비록 후발주자지만 앞으로의 독자적인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