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플리 1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홍성영 | (주)그책 | 20121120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살아가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평생동안 거짓말 한 번 안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사람들은 마치 거짓말에도 인격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하는 선한 의도의 거짓말은 "착한" 거짓말이라는 말로 포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의도야 어찌됐건 거짓말이 나쁜 것은 남을 속였다는 것 못지 않게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시작한 거짓말은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면 진실은 사라지고 거짓만 남을 뿐이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정신질환의 상징적 존재, 그리고 <리플리> 시리즈의 주인공 톰 리플리가 그렇듯이.
심리 스릴러의 거장으로 불리는 페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역작 <리플리>는 우리에게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영화 '리플리'로 더 친숙하다. 사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었다는 점도 <리플리1 : 재능있는 리플리>를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오히려 영화 '태양은 가득히'가 최초의 원작인 줄만 알았었다. 꽤 오래전 보았던 영화 '리플리'에 대한 내 기억은 끊어진 필름처럼 드문드문 하다. 그나마 남은 기억은 톰(맷 데이먼)과 디키(주드 로), 마지(기네스 펠트로) 세 사람이 한가롭게 바다 위에서 요트 항해를 하던 모습이나 톰이 재즈 바에서 불렀던 '마이 퍼니 밸런타인(My Funny Valentine)' 정도.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톰 리플리라는 인물의 기묘한 심리였다.
그런데 영화를 볼 당시에는 별 볼 일 없은 청년 리플리의 욕망만이 눈에 보였다면 이번에 읽게 된 <리플리1 : 재능있는 리플리>에서는 상황에 따른 리플리의 심리 변화가 매우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스물 다섯 살의 비루했던 이 청년이 부유한 청년에게 가지는 시기, 질투, 욕망, 탐욕, 정체성의 혼란, 동일시 등이 디키를 만나 거짓말로 접근하고, 그를 죽인 후 범행을 은폐하고, 나중에는 이 범행과 거짓말을 다시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모든 과정에서 철저하게 톰 리플리가 되어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톰 리필리의 거짓말에 나 자신도 휩쓸려 그가 위기에 처해질 때마다 또 어떻게 빠져 나가게 될 지 긴장하게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될 때 쯤 작가는 다시 한 번 주인공을 위협하는 함정 하나를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번 위기를 모면하고 무사히 빠져나가는 리플리를 보며 그의 인격 장애가 앞으로 얼마나 더 끔찍한 거짓말과 살인을 저지를지 섬뜩해졌다. 아마도 이 후일담은 이어지는 <리플리> 시리즈에서 곧 밝혀질테지만... 이 시리즈의 마지막에 그는 어떤 최후를 맞게될까?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의 행세를 하며, 톰 리플리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해 버린 그가 마지막에는 어떤 모습 어떤 심경을 드러내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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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