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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없는 꿈을 꾸다

by 푸른바람꽃 2013. 1. 1.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김선영 | 문학사상사 | 20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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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물밑 페스티벌>로 알게 된 츠지무라 미즈키는 금새 좋아하게 된 일본 작가였다. 그런 그녀가 올해 제147회 나오키 상 수상작가로 등극할 수 있게 해 준 작품이 바로 <열쇠 없는 꿈을 꾸다>이다. 이 작품의 제목과 책의 내용을 표현한 표지 그림은 이 책의 8할을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책을 모두 읽은 후에 봐야지만 그 의미를 더욱 더 확실히 깨닫게 될 일이다. 어쨌건 이 작품이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했을 때 장편이 아닌 단편 소설집이 수상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책을 읽다보니 뛰어난 장편을 만나는 것보다 뛰어난 단편을 만나는 일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특히나 단편 소설집의 경우 전체적인 주제의 통일성까지 갖추어야 하므로 일반 단편 소설보다도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지방 소도시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그들에게 벌어진 의문의 사건들을 다섯 개의 단편으로 묶어 놓았다.

 

소녀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을의 미스터리한 도둑 '니시노 마을의 도둑'을 시작으로 '쓰와부키 미나미 지구의 방화','미야다니 단지의 도망자',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까지 세편에서는 여자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남자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고 그 사랑이 여성들을 자유롭게 하거나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도 못했다. 그리고 때로는 남자를 인생의 돌파구로 생각하는 여자들의 심리도 은연중에 그려 보여서 묘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끝으로 '기미모토 가의 유괴'는 불임이 넘쳐나는 요즘 현실을 반영한 소재에 육아를 경험한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이 잘 녹아들어 있었다.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꿈이란 과연 무엇일까 궁리해 보았는데 아마도 그 꿈이란 것은 사람들이 품은 저마다의 '욕망'과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그 욕망이란 것은 누군가 대신해서 이뤄준다거나 그것을 이룰만한 이렇다 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기에 늘 허기지는 듯한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 중에 "꿈을 꾸는 힘은, 재능이다.(p. 203)"는 문장이 등장했을 때 내용과 상관없이 이 말이 계속 해서 머리속을 맴돌았다. 돌이켜 보면 책 속의 그녀들의 꿈이 여지 없이 무너져 내린 이유도 이 한 문장으로 설명되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첫 번째 작품은 이 점에 있어서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느덧 장편 두 편과 단편 다섯 편 정도를 읽고 나니 뚜렷하게 설명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는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 분위기랄까 색깔을 알게 되는 느낌이다. 특히나 저자 자신의 내면을 반영하듯 여성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면서도 미스터리와 연애 소설이라는 두 가지 장르를 적절히 섞어 보이는 그녀의 소설들은 매력적이다. 끝으로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거머쥔 나오키 상은 아마도 그녀의 지난 작품들에도 함께 주는 상으로서의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