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플리 3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홍성영 | (주)그책 | 20121120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톰 리플리를 통해 사회악으로 규정짓는 살인과 사기, 절도 등을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리플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리플리의 게임”은 그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태초에 누가 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에는 도덕이란 것이 있고 양심이란 것으로 인간과 짐승을 구별 짓는다. 그런데 이 도덕과 양심을 저버리고, 규범과 상식 밖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리플리는 갈수록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인물상이었다. 그래서 1권과 2권을 읽고 3권을 읽기까지 꽤 지루한 시간이 지난 느낌이었다. 그렇게 만난 3권에서의 리플리는 확실히 진화했다. 디키나 더와트를 흉내 내던 그는 이제 살인마저도 유희로 즐기는 듯하다. 제목처럼 그에게는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게임인지도...
3권에서 재밌는 것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그 캐릭터가 선보이는 리플리와의 대조와 동조에 있다. 물론 2권에서도 리플리와 심리적 대조를 보인 버나드가 등장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리플리의 희생양에 불과한 결말을 맞으며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데 <리플리의 게임>에는 앞서 언급했던 도덕과 규범의 일상적인 범주 안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 ‘조나단 트레바니’가 나타나 리플리의 늪에 빠지는 과정이 절묘하게 그려져 있다. 조나단은 비록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못해도 아내와 아이를 가진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자, 성실하게 액자를 만들어 팔며 삶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손님들에게도 성실과 친절로 대하는 그에게 닥친 불행이라면 백혈병으로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트레바니가 무심코 던진 말-“아, 당신 얘기는 들었어요.”-이 톰의 신경을 건드렸고, 톰은 트레바니를 재물 삼아 게임을 시작한다. 이제 그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히는 것은 지루해진 그가 자신과 정반대 부류의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조나단에게 돈으로 매수해 살인을 교사하는 잔인한 게임이었다. 망설이는 조나단에게는 그의 남은 삶을 좀 더 앞당겨 주고 그가 떠난 후 남겨지는 아내와 아들의 불우한 미래만 들려주면 되었다. 리플리의 이런 계략에 빠진 조나단이 욕망에 얼룩진 채 변해가는 모습은 리플리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리플리 시리즈가 전반적으로 그렇듯 이번 편에서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라고 볼 수 있지만, 리플리의 치밀한 계획에 이끌려 마리오네트에 의해 조종되는 인형처럼 평범한 개인이 범죄에 가담하는 과정이 꽤나 흥미롭고 나중에는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살인행위 마저 정당화시키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도 주목할 만 하다. 인간 내면에 깔려 있는 욕망의 본질, 인간의 심리 특성을 저자가 간파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저자는 리플리를 통해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악의 화신도 태초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게 아니면 모두가 착한 척 하지만 그들도 결국은 욕망의 노예가 되면 언제든지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