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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여행 백서

by 푸른바람꽃 2013. 5. 24.
여자 여행 백서 여자 여행 백서
김정원 | 시공사(단행본) | 201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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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난 친구들과는 1년에 두어 번 정도 만나 밥 먹고 차 마시는 만남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톡’이라는 신개념 메신저의 보급으로 친구들과의 만남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가끔 주고받는 안부 문자나 전화 대신 매일 서로의 일상을 알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잦은 만남과 여행이 우리의 주말 계획으로 바뀌게 됐다. 그런데 예닐곱의 친구들이 모두 뚜벅이 여자들이다 보니 여행은 늘 교통부터 문제였고, 1박 2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떠날 때가 많아서 장소는 거주지 인근 중소 도시로 한정되기 일쑤였다. 늘 사는 곳 주위만 뱅뱅 도는 것이 지루해진 우리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새로운 도시로의 여행을 계획해 보기로 했다. 때마침 이 계획에 큰 도움을 줄 만한 <여자 여행 백서>를 만났다.

 

원래 여행 작가이기도 한 저자가 이 책에서는 오롯이 여행자로서 전국 10개 지역을 다닌 후기를 담아 놓았다. 지역별 1박 2일의 일정을 바탕으로 보고, 먹고, 쉬는 곳을 망라해 놓았는데, 부산, 경주, 통영, 전주, 제주, 여수, 강릉, 안동, 강화도, 서울 순으로 소개된다. 이 중 아직 못 가본 곳은 통영, 여수, 강화도 정도였다. 한 달 전이었다면 제주까지 포함됐을 텐데 다행히 제주는 이제 가본 곳이 되었다. 10곳 중 7곳이 가본 곳이라서 처음 목차를 볼 때만 하더라도 거의 아는 내용들뿐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기억에 열 번 이상은 가본 첫 여행지 부산부터 아직도 내가 못 본 것들이 많고, 또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음을 여실히 확인시켜 주었다. 볼거리가 많아서 부산만큼이나 자주 가는 경주도 마찬가지였고, 전주는 출장 겸 한 번 다녀온 것이 전부라 가능하면 자수도 배울 수 있는 체험형 숙소에 묵으며 1박 2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는 가장 최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참 많은 곳이다. 책에서 저자의 말처럼 욕심이 화를 불러 4박 5일의 꽤나 긴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극기 훈련을 하듯 다녔던 탓에 후회막급이다. 차라리 저자처럼 일부 지역만 느리게 보고 즐겼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강릉은 고등학교 수학 여행지였고, 또 하나 뿐인 오빠가 군복무를 했던 곳이라 면회를 갔던 기억이 스쳐 지났다. 안동에도 업무 때문에 갔던 기억뿐이라서 이 곳의 서원이나 고택 체험이 궁금해졌고, 서울은 너무 유명한 가로수길을 매번 못 가봐서 다음에는 꼭 한 번 세로수길까지 골목마다 걸어보고 싶다.

 

이 책을 보며 친구들에게 지난 부산 여행에 이은 우리의 다음 여행을 구상중이라고 했더니 다들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서로의 가본 곳과 못 가본 곳이 제각각이라서 의견 조율은 필요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통영이나 전주가 다음 행선지였으면 좋겠다. 끝으로 <여자 여행 백서>의 가장 좋았던 점은 “뚜벅이 여자 여행자”를 위한 상세한 대중교통 접근법과 혼자 묵어도 위험하지 않고 비교적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 소개였다. 관광이나 맛집, 카페 정보들은 다른 여행서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지만, 버스 노선이나 괜찮은 게스트 하우스 찾기는 늘 필요에 따라 별도로 알아봤어야 했다.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도 좋고, 혼자 하는 여행도 이제 <여자 여행 백서>가 있으니 용기를 내야겠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