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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하트

by 푸른바람꽃 2013. 7. 26.
모던 하트 - 2013년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모던 하트 - 2013년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 한겨레출판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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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었던 강태식 작가의 <굿바이 동물원>을 읽은 지 벌써 1년이 지났던가? 열두 장의 달력을 찢고 버린 끝에 다시 돌아온 7월, 올해 18회를 맞은 한겨레문학상의 영광은 정아은 작가의 <모던 하트>에게 돌아갔다.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이름들을 보면 대게 매우 익숙하거나 매우 낯설거나 둘 중 하나인데 이번에는 후자였다. 저자의 간단한 이력-번역과 헤드헌터로 일했다-을 보며 그녀도 남다른 꿈 하나를 품고 살던 사람이었고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 꿈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그녀의 첫 작품 <모던 하트>에서 자신이 몸담았던 직업 세계를 주인공 '김미연'의 몸을 빌어 탁월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한국 사회의 학벌 계급과 골드미스들의 현실적인 결혼관을 꼬집는다.

 

<모던 하트> 속 서른일곱 싱글녀인 미연은 2년제 대학과 사이버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을 거쳐 지금은 서치펌(search firm : 기업의 고급·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 소개해 주는 일을 하는 회사)에서 헤드헌터(head hunter : 인력을 기업체에 소개해 주는 사람)로 일하고 있다. 기업에서 미연의 서치펌으로 구인 오더를 내리면 미연과 같은 사람들은 적절한 인물을 찾아 나서고 그 인물이 해당 기업에 입사 지원해 정식 직원으로 채용될 경우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다. 일종의 결혼정보회사처럼 구인구직정보회사와 같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데이터에 나타난 출신 대학은 그들의 출신 성분처럼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와 다름 없었다. 대학원이나 해외 유학으로 신분 세탁을 할지라도 대학은 소위 스카이(SKY)를 나와야 하며 이것은 비단 이직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 결혼할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에게 호감이 느끼는 남자 '흐물(경훈)'을 흔히 보험이라 부르기도 하는 비상용-미연이 필요한 때 쉽게 부르고 활용 가능한-으로 곁에 두고, 정작 결혼이라는 구체적인 미래는 스펙 좋은 '태환'과 함께 하길 희망하는 미연. 그런 그녀를 보며 내가 미연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모두에게 내세워도 부끄럽지 않을 학벌과 외모, 장래성을 지닌 '태환'에게 더 끌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미연의 어장관리를 마냥 속물근성이라 비난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흐물' 역시 미연만이 오직 단 하나의 사람은 아니었기도 하고... 또한 이 책에서는 서른일곱에도 미혼인 미연의 주변 여성들 예를 들면 상사인 최 팀장, 워킹맘인 동생 세연, 동호회에서 만난 친구 민선, 미연의 고교 동창들, 회사 내 젊은 여직원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는 외숙모 등을 통해 이 시대 여성들의 가치관이나 결혼,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한겨레문학상 심사 위원이었던 박범신 작가는 "모처럼 읽은 건강한 세태소설", "현재 진행형의 우리네 세태를 가감 없이 형상화"했다고 평가한 것이리라.

 

<모던 하트>는 마치 한 편의 단막극을 보고난 느낌이다. 평범한 여성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연애담은 막힘없이 술술 읽히고, 다 읽고 나면 "그래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고 넘어진 바로 그 자리에서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그런 책이다. 작가 자신이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듯 소설가의 첫 작품은 보통 자신의 세계를 그린다고 했다. 정아은 작가의 <모던 하트>도 그랬다. 그러나 이어서 그녀가 말했듯이 작가로서 성장하려면 자신의 세계를 얼마나 더 넓혀 나가느냐가 관건이기에 헤드헌터로 살았던 정아은 작가의 과거가 아닌 그녀의 확장된 미래를 만나게 될 날도 기대해 본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