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조동섭 | 밝은세상 | 20130807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해마다 구직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사람이 수십 여 만 명이라고 한다. 이들 중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는 한정적이다. 갈수록 실업률은 높아만 가고 고스펙으로 무장한 새로운 구직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려운 일이 되고야 말았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하고 나면 안심할 수 있을까? 그 때부터는 다시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옆자리 사람과의 경쟁이 시작된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아니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결국 승자가 되는 샐러리맨의 현실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빅픽쳐>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더 잡>의 무대가 되는 미국 뉴욕에서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 샐러리맨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다.
<컴퓨월드>라는 컴퓨터 관련 잡지사의 지역 광고지국장으로 있는 네드는 아름다운 아내 리지와 뉴욕에서 그런대로 만족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변두리 도시 출신에 명문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었지만 네드가 뉴욕에 진출해 업계 3위의 잡지사에서 세일즈의 귀재로 불리며 어엿한 간부직에 오르기까지는 모두 그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다. 그러나 평화롭던 그의 일상은 약속된 광고 계약의 파기와 회사의 인수합병, 매각조치 등을 연이어 겪으며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네드를 천국의 입구까지 데리고 갔다가 곧장 지옥행 열차에 탑승시킨 독일의 인수합병 담당자에게 그는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정리 해고당한 동료들에겐 영웅이 되었지만 상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네드를 채용하려는 회사는 없었다. 더군다나 광고 계약 파기 건을 수습하려다 무리수를 둔 일이 결국 탈을 일으켜 그의 경력직 재취업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후로도 네드의 인생을 꼬일 대로 꼬여만 가고 간절하게 돌파구를 찾던 그때 마침 고교 동창 제리가 네드에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던 네드는 제리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네드는 제리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뒤늦게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네드가 깨달았을 땐 이미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하고 만다.
잘나가던 샐러리맨에서 일순간 빚더미에 올라앉은 실직자가 된 네드를 보면서 직업이란 결국 생존의 조건이란 생각이 든다. 직업으로 자아실현의 의미를 찾는 것 자체가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사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더 잡>에서는 이야기 한다. 아무리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일지라도 양심을 저버리는 비도덕적인 일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과정이 옳지 못했던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네드는 이미 몸소 겪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파탄 직전에 간 그의 결혼생활도 지켜야 하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기 전에 그의 인생도 바로 잡아야 하는 네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가 위기를 빠져나오는 과정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특기라 할 수 있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적절한 유머로 재미를 더한다. 도입부가 좀 지루하긴 해도 네드의 삶이 곤두박질치는 순간부터 <더 잡>은 진면목을 보여준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으로는 <모멘트> 이후로 두 번째였다. 그의 대표작 <빅픽쳐>는 영화로만 보았고, 그 외 전작들 태반을 아직 읽지 못했지만 <모멘트> 보다는 <더 잡>이 더 흥미진진했다. 샐러리맨의 비애와 위기에 빠진 한 남자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연민을 느끼는 새 이야기는 스릴러로 새로운 전환을 맞으며 사모펀드에 얽힌 살인과 음모, 돈세탁 등으로 결말을 심히 궁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 여름, 쉽고 재밌게 읽을 만한 책을 기다렸다면 더글라스 케네디의 <더 잡>이 그 기다림을 만족시켜 줄 것이다. 끝으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국내 출판본의 표지들은 정말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텐데 이번에도 책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너무 잘 표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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