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설렘 크로아티아 감성현 | 미디어윌M&B | 2013080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고작해야 책으로 읽고, TV로 본 게 전부면서 크로아티아는 무작정 편애하고 있는 나만의 베스트 여행도시다. 모두가 휴가를 떠나는 계절에 혼자는 그 어디도 가기 싫었다. 설령 그곳이 크로아티아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열흘의 휴가를 제 자리에 주저앉아 하릴없이 흘려보내고야 말았다. 그러다가도 문득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크로아티아를 열어 보았다. 붉은 지붕과 푸른 바다는 여전했다. 그리고 큰마음 먹지 않으면 갈 수 없을 9박 10일의 여행 기간과 경비도 ... 하지만 언젠가는 그곳으로 날아가 ‘코발트빛 바다가 펼쳐진 아드리아 해변에서 태닝을 즐기고 노을을 보는 날도 오겠지’, ‘붉은 지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낡은 성벽 위를 거닐어 볼 수도 있겠지’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는 한다. 이런 나의 그리움을 알았던지 어느 날 <낯선설렘 크로아티아>가 내게로 왔다.
내게 크로아티아에 대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주인공은 가치창조에서 펴낸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이다. 이 책에서 읽은 글귀들은 잊었어도 사진들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그곳-두브로브니크, 스플리트, 플리트비체, 자그레브-을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낯선설렘 크로아티아>를 펼쳐 들었을 때 목차에 나열된 많은 도시들의 이름과 지도에 표시된 붉은 점들을 보면서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알던 4개의 도시는 크로아티아 내에서도 관광 도시라 좀 더 유명하긴 해도 그곳이 크로아티아의 전부는 아니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크로아티아에 있는 줄도 몰랐던 새로운 도시들의 탐험, 그것이 <낯선설렘 크로아티아>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여행서와 에세이의 경계에 서 있는데 전자 보다는 후자의 색깔이 더 짙다. 쉽게 말해 여행서의 가장 필수라 할 수 있는 여행 정보는 각 도시의 말미에 개괄적인 소개 정도로 그친다. 대신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저자가 여러 도시들을 지나며 겪은 에피소드와 도시의 풍광을 찍은 사진들, 그리고 이 사진들 옆에는 여행의 순간에 적은 글인지 아니면 이미 써 놓은 글이었는지 몰라도 사랑, 이별, 연애 등에 얽힌 저자의 생각들이 담긴 시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사진을 볼 때는 마치 어느 여행자의 사진첩을 보는 것 같고, 시를 읽을 때는 연애를 주제로 한 시집을 읽는 것 같다. 그러다 꽤나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진 여행의 에피소드와 도시 안내 글을 읽을 때쯤엔 비로소 내가 읽고 있던 책이 실은 여행에세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렇게 3색 매력을 지닌 책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을 어떤 목적으로 읽느냐에 따라 독자의 만족도는 천양지차일 듯하다.
이 책으로 새롭게 알게 된 크로아티아의 도시들 중에 저자의 재밌는 에피소드들 덕분에 더욱 기억에 남는 도시들이 몇 있었다. 자유 앞에서 두려움을 느꼈던 ‘로크룸’과 성 야곱 대성당을 장식하고 있는 72개의 얼굴 ‘쉬베니크’, ‘여행 그대로의 여행’ 철학을 들려준 ‘파진’, ‘천공의 성 라퓨타’의 영감을 준 ‘모토분’ 등이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반전 같은 에피소드가 등장했던 곳은 ‘플리트비체’였다. 다들 그런 기억 하나쯤 있지 않나? 모두가 극찬해 마지않아 갔던 곳인데 막상 가보니 별거 없어 시큰둥한 느낌말이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어봐서 저자가 ‘플리트비체’에서 느꼈을 그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코앞에 크로아티아’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보다는 자세한 여행 정보가 제대로 담긴 이를테면 여행 가이드북이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언젠가는 크로아티아’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숨겨져 있던 크로아티아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 넓은 크로아티아로의 여행을 꿈꿀 수 있게 한다. <낯선설렘 크로아티아>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저자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출판 후 소감으로 그는 인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타이틀페이지를 사진 이미지로 보여주었는데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싶다. 미세한 색감의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바다와 하늘의 풍경, 느낌은 책으로 본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니 책으로 한없이 투명한 블루의 크로아티아를 미처 만날 수 없었다면 저자의 블로그를 꼭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그럼 그곳에서 감성현 작가의 마닐라, 동경, 중국 여행기도 덤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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