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7일 문현선, 위화 | 푸른숲 | 20130826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사람의 죽음,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사후 세계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종교에 따라 견해의 차이는 있겠지만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지만은 않다. 이것이 비록 산 자의 헛된 믿음일지라도 말이다. 중국의 유명 작가 위화가 쓴 <제7일>은 이처럼 사후 7일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평범한 한 남자 ‘양페이’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음을 맞고, 그가 영혼이 되어 사후 세계를 떠도는 동안 만나게 되는 생전의 인연들과의 이야기다.
위화 작가는 국내에서 <허삼관 매혈기>라는 작품으로 꽤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간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게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종종 거론되었던 작품이라 읽어야지 하면서도 여태 미뤄둔 책이었다. 그래서 <제7일>은 위화 작가의 기대감에 신간 소식이 들리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전작을 떠나 <제7일>만 놓고 봐도 위화 작가의 글은 확실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문장은 시종일관 담담한 것 같은데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매 순간 극적이다. 양페이의 기이했던 출생 상황도 그렇고, 그가 스물 한 살의 철도 선로 인부였던 총각 아버지 손에 구조되어 길러진 과정, 친부모님과의 재회, 회사에서 가장 인기 있던 여성과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파경, 끝으로 그가 사후 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도 각각 들여다보면 그 사연들이 참으로 기구하다. 마흔 하나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양페이에게는 그의 죽음을 수습해 줄 사람조차 없었다. 병에 걸렸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짐이 될까 염려스러웠던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추었고, 죽음을 깨닫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을 제 몸을 스스로 추슬러 빈의관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첫날 양페이를 통해 바라본 빈의관의 모습은 사람이 죽어서도 자본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생전에 부유했던 혹은 권력을 가졌던 사람은 죽어서도 우선권을 차지했고 양페이와 같이 묘지도 없는 사람들은 떠돌이 영혼으로서의 운명을 면치 못했다. 이미 여기서부터 위화 작가의 현 세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후 양페이가 사후 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 - 잠든 새 건물이 강제 철거되면서 땅 속에 묻힌 부부, 정신병증을 앓는 아내가 실종된 후 살해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총살당한 남편, 27구의 영아시체를 강물에 유기한 대형병원과 이를 제보했다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옆집 아주머니, 가난이 불러온 오해와 사랑으로 엇갈린 죽음을 맞이한 젊은 연인, 살았을 땐 원수로 죽어서는 아옹다옹 친구로 변한 두 남자 등 -의 사연들에서는 마치 뉴스 해외토픽으로 본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들기도 했다. 또한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일전에 읽은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에서 본 짝퉁, 산아제한, 꽌시 등의 일화가 묘하게 겹쳐졌다.
하지만 <제7일>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가슴 아팠으며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양페이와 그의 양아버지 양진바오의 이야기였다. 양진바오의 부성애와 그런 아버지를 죽어서도 찾아 헤매는 양페이, 그리고 이 두 부자를 곁에서 돌보는 하오 부부를 보면 가족이 반드시 혈연으로만 맺어지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한다. 진짜 혈연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이 사람들의 사랑이 <제7일>에서 위화 작가가 진심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던 바가 아닐까? <제7일>을 읽는 동안 양페이를 비롯해 이 책에 등장하는 가엾은 사람들이 모두 이미 죽었다는 사실에 슬픔이 밀려왔다. 죽을 땐 모든 것을 두고 떠난다고 하는데 생전의 기억, 추억은 그대로 간직하고 떠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죽음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이 나는 비극이지만 양페이가 그리운 이를 다시 만나고 행복을 되찾은 것이 그나마 큰 위로가 되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