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귀동냥 추지나, 나가오카 히로키 | 레드박스 | 20130913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잘 쓴 단편 추리소설은 웬만한 장편 추리소설보다 훨씬 더 읽는 재미가 있다. 길이가 짧아서 속전속결로 끝나는데도 그 속에 숨은 트릭이나 반전은 장편 못지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태 읽었던 단편 추리소설 중에 이런 만족감을 줬던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슈퍼스타라 할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 추리소설마저 때로는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에 비해 나가오카 히로키라는 작가는 이번 <귀동냥>으로 처음 알게 됐다. 그는 표제작이기도 한 ‘귀동냥’으로 2008년 제6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냥 잘 쓰는 작가인 것보다 이처럼 공신력 있는 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신인작가의 작품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책에는 ‘경로이탈’, ‘귀동냥’, ‘899’, ‘고민상자’까지 네 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실려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네 편 모두 적당히 사건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면서 독자들의 허를 찌를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각각의 단편은 모두 50여 쪽에 지나지 않는 분량인데 이 한정된 분량 속에서도 기승전결이 있고, 그것이 결코 장편보다 허술하거나 빈약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원수와도 같은 이를 긴급 구조해야 하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경로이탈’, 원한보복에서 자신과 딸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여형사와 어린 나이에도 주변 사람들을 마음으로 위로하는 법을 아는 딸의 이야기 ‘귀동냥’, 짝사랑 하던 여자의 갓난아기를 화제 속에 구조하던 중 이 모녀의 비밀을 알아버린 소방관 이야기 ‘899’, 음주 후 불의의 사고로 여자 아이를 숨지게 한 전과자와 갱생보호시설 원장의 사연을 그린 ‘고민상자’ 모두 추리소설 특유의 재미뿐만 아니라 잔잔한 여운도 남긴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작품이었던 ‘경로이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방관의 기이한 행동에 대해 계속 궁금해 하다가 작가의 숨겨둔 트릭을 추측하고 맞추는 것으로 추리소설을 읽는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귀동냥’에서는 나쓰키의 영특한 생각과 따뜻한 마음이 기특했고, ‘899’에서는 더 이상 아이리가 상처받지 않기를, ‘고민상자’에서는 우스이의 쾌유와 유코의 재기를 응원하게 됐다. 그런데 이 책 속 네 개의 단편을 읽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껴졌던 것이 하나 있다. 매번 첫 도입 부분에서는 이상하게 몰입도가 떨어졌다. 어떤 글들은 첫 문장을 읽으면서부터 확실히 관심을 끌며 이야기 속에 끌어당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나만 이렇게 느끼는지는 몰라도 나가오카 히로키의 도입부는 뭔가 좀 어수선한 감이 있다. 하지만 단편이 아닌 장편에서는 또 어떤 트릭과 반전을 선사해 줄지 기대되는 추리소설 작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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