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도 김대현 | 다산책방 | 20130930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난설헌>, <프린세스 바리>에 이어 올해 3회째를 맞은 혼불 문학상의 수상작은 김대현 작가의 <홍도>가 차지했다. 주인공 이름일 것이 분명한 ‘홍도’라는 책의 제목을 듣자마자 당나라 시인 ‘설도’라는 인물 보다 유행가 노래가 먼저 떠오른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그리고 유행가 속 그녀처럼 ‘홍도’라는 이름을 가진 책 속의 여인도 삶이 그리 평탄치는 못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핀란드 헬싱키를 떠나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 그곳에서 ‘홍도’와 ‘동현’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홍도>의 길고 긴 삶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사백 서른하고도 세 살. ‘홍도’가 직접 밝힌 그녀의 나이였다. 아무리 봐도 멀쩡한 젊은 아가씨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 중 믿지 못할 것은 그녀의 나이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어릴 때부터 죽도 할아버지라 불렀던 어른 ‘정여립’과의 관계, 그리고 그의 일가친척이란 이유로 기축년 부친 ‘이진길’과 할머니를 잃고 집안이 풍비박산 된 사연 등은 ‘동현’으로서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저 정체불명의 이 여자 역시 ‘동현’ 자신처럼 기축옥사와 ‘정여립’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믿는 편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었다.
하지만 ‘홍도’의 이야기에 ‘동현’은 점점 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후 ‘정여립’의 시종으로 있던 ‘자치기’ 오라버니와 함께 길을 떠났고, 임진왜란의 발발로 ‘홍도’는 일본으로 끌려가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건져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후 ‘자치기’와 재회, 부부의 연을 맺어 행복하게 사는가 싶더니 다시 ‘홍도’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잃고 괴이한 항아에게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불멸의 삶을 이어 받는다. 죽어도 죽어지지 않아 바람처럼 살아온 ‘홍도’. 그리고 그녀를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의 환생과 다시 만나며 전생의 매듭을 푸는 이야기는 정유정 작가의 추천사에서처럼 강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한다.
조선시대에 태어나 2013년 현재를 살고 있는 주인공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홍도>에는 옛말이 자주 등장한다. 휘자, 므은드레, 개야미, 하외욤, 구메 등이 그것인데 어림짐작으로 뜻을 알겠는 말도 있고, 간혹 전혀 몰랐던 말도 등장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처음 <홍도>에 대한 대강의 줄거리만 들었을 땐 ‘홍도’라는 한 여인이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개인의 삶도 함께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여인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의 이면도 흥미로울 것이라 기대했는데 실상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대부분 ‘홍도’라는 인물의 개인사에 집중하고 있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홍도’와 ‘동현’의 다시 시작된 운명적 사랑도 조금은 억지스럽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홍도’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기만 하는 그녀의 운명도 이제는 ‘동현’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