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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by 푸른바람꽃 2013. 11. 7.
제3인류 1,2 (양장) 제3인류 1,2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이세욱 | 열린책들 |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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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출간됐다. 역시나 작가의 명성에 힘입어 출간과 동시에 신간 <제3인류>는 베스트셀러에 랭크되었는데 이번 책은 과연 어떤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줄 지 기대 됐다. 우선 <제3인류>는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미래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새로운 발견을 위해 남극으로 떠난 과학자들이 태초의 거대 인류가 남긴 흔적들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초반부터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과학적인 근거와 인류의 불가사의로 남은 몇 가지의 역사 유물, 그리고 그가 상상한 이야기를 덧붙여서 마치 사실과도 같은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가설을 들려준다.

 

그런데 이 책의 진짜 재미는 책 속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지구’의 독백이다. 흔히 ‘살아 숨 쉬는 지구’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쉽게 지구가 그 자체로 생명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그런데 책에서는 ‘지구’가 자신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직접 들려주고 있어서 더욱 사실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인간이 지구에게 끼친 해악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되돌아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자연재해로 인간을 응징하는 한편 인간의 기술을 이용하는 지구는 그야말로 인간 위에 존재하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낯익은 이름 ‘에드몽 웰즈’가 다시금 등장한다. 베르베르의 팬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이 이름은 알다시피 <개미> 시리즈와 <천사들의 제국>, <신>에서도 등장했었다. 게다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저자로도 설정되어 있는데 이 에드몽 웰즈의 손자가 이야기의 서두에 남극 탐험을 나갔다가 지구의 분노를 사 죽음에 이른 ‘샤를 웰즈’였다. 그리고 샤를 웰즈의 죽음 이후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의 아들인 ‘다비드 웰즈’가 이끈다. 다비드 웰즈가 피그미족을 대상으로 인류 진화의 방향에 대해 “소형화”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제3인류’의 비밀이 담겨 있다.

 

그리고 다비드 웰즈와 함께 또 다른 방향에서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는 오로르 카메러가 등장한다. 그는 아마존 여전사들을 통해 여성화에서 진화의 답을 찾고자 했다. 다비드의 소형화와 오로르의 여성화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연구 끝에 탄생하게 된 것이 ‘제3인류’이다. 이야기의 처음에 등장했던 거대 인류가 인간의 소형화 추진한 결과가 바로 현재의 우리이고, 지금의 우리가 다시 10분의 1로 축소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한 셈이다. 역사는 역시나 반복되는 것일까. 17cm의 이 초소형 인간이 ‘에마슈’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구원투수처럼 등장한다.

 

새로운 인류가 창조된다는 것이 마치 동물 실험을 하듯 이렇게 간단하게 이뤄진다는 것도 신기할뿐더러 이 신인류가 교육을 받고, 인간 사회와 같은 그들만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매우 흥미롭다. 그런데 이들의 창조 목적이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위한 도구였던 만큼 수많은 에마슈들은 마치 일용품처럼 인간을 위해 사용되고 죽음으로 내몰린다. 그러자 인간의 축소판인 에마슈들도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이전까진 그들을 창조한 인간들을 마치 신처럼 믿고 따랐지만 과연 그것은 옳은 것인가. 그리고 이내 이렇게 인간들에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깨달음 속에 <제3인류>의 1부는 막을 내린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1부 끝’이란 글을 보기 전까지는 이 책의 2부가 있는 줄도 몰랐다. 프랑스에서는 출간되었지만 국내에선 현재 번역 중이라는 2부 내용은 아마도 에마슈들의 대반격이 예상된다. 지금의 우리가 과거 거대 인류를 무너뜨리고 지구를 차지하게 되었듯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창조된 이 ‘작은 거인’들이 현생 인류에 어떤 위협을 가하게 될 지 자못 궁금하다.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과학, 역사, 인문학 등이 결합된 <제3인류>로 문명의 발전, 기술의 진보, 지구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