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이연승 | 레드박스 | 2013102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새로운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신작을 만나는 즐거움만큼이나 때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작가를 알게 되는 유익함도 있다. 일본의 추리소설작가 니시무라 교타로 역시 꽤 유명한 소설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종착역 살인사건>을 통해서 그의 이름과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됐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트래블 미스터리’라고 해서 여행 중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 그의 전작 <침대특급 살인사건>, <야간비행 살인사건>에 이어 <종착역 살인사건>은 시리즈의 3부 격에 해당됐다.
‘종착역’이라는 제목에 끝과 시작이라는 두 단어가 자연스럽게 연상됐다. 책에서도 종착역에 대해 비슷하게 풀이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기차의 운행 노선에 따라 종착역이 다른지 <종착역 살인사건>에서는 도쿄시 안에서도 도쿄역 대신 우에노역을 종착역으로 하고 있다. 아오모리와 우에노를 잇는 유즈루호의 종착역이 우에노역인데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두 갈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오모리가 고향인 7명의 고교 동창들이 다함께 7년 만에 고향으로 기차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도쿄로 함께 상경하면서 매년 얼마간의 돈을 모아 7년 후 같이 고향에 가자던 그 약속을 미야모토 다카시가 주도하여 실천에 옮기게 된 것이다. 미야모토는 본인을 제외한 6명의 친구들에게 각각 편지와 기차표를 동봉해 보냈고 기차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씩 친구들이 역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서로 소식이 단절되었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흘러간 시간만큼 각자의 처지도 달라져 있었다. 미야모토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 흥신소에 이들의 조사를 의뢰했고 덕분에 친구들의 현재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데 끝내 한 친구 야스다는 나타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6명만이 기차에 올랐다. 그렇게 기차가 아오모리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사이 오지 않았던 야스다가 실은 우에노역 화장실에서 살해당했음이 밝혀진다. 이 사건과 별개로 아오모리가 고향인 형사 가메이에게 고향 친구가 찾아와 행방불명된 제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해 온다. 아무리 제자였어도 이미 한참 전에 졸업한 여학생을 직접 찾아 나선게 미심쩍긴 했지만 가메이는 친구를 돕기로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에노역 살인사건에도 가메이가 수사에 동참하게 되면서 두 사건은 묘하게 얽혀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이후 예상했던 대로 기차에 올라탄 6명의 동창생들은 차례로 죽음을 맞는다. 특이한 것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그것이 모호한데다가 생존자 중에 범인이 분명 있는 것 같은데 모두 살인 동기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책의 중반이후 부터는 이들 가운데 범인이 있다면 어떻게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후에도 같은 기차를 타고 아오모리에 도착할 수 있었는지 그 알리바이를 푸는 것과 역으로 범행의 동기부터 찾아낸 다음 진범을 잡는 것에 집중된다.
그러나 이 책에 딱히 놀라운 트릭이나 기가 막힌 반전은 없었다. 내내 풀리지 않았던 트릭조차 형사들 대신 전편의 주인공인 도쓰가와 경부의 아내 나오코가 쉽사리 해결해 버리고, 그 다음부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건의 의문들이 한꺼번에 해결되어 나간다. 범행의 동기가 명확해 지는 순간 범인도 동시에 밝혀지는 셈이라 책에서는 범행 동기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아 답답한 구석도 있다. 그러다 마침내 밝혀진 범행 동기는 연쇄살인을 벌일 정도로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종착역 살인사건>을 끝까지 놓지 않은 이유는 계속 의문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수사를 하는 형사들처럼 왜라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그 물음표가 마침표가 될 때까지 이 책을 잡은 독자들은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이 점이 니시무라 교타로 작가가 쓴 작품들의 특색이지 않을까? 트래블 미스터리 3부작을 모두 읽은 사람들은 과연 어떤 책을 최고로 꼽을까? 작품이 재밌으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로 책읽기가 확장되기도 하는데 이번 <종착역 살인사건>이 큰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책의 해설에 소개된 다른 두 권의 책도 기회가 닿는다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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