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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by 푸른바람꽃 2013. 11. 25.
파이브 데이즈 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조동섭 | 밝은세상 | 201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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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삶의 주체적인 자세, 의지 등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인데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사는 대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고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는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특히나 중년에 접어들면 그런 위기가 더욱 엄습할 것 같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파이브 데이즈>에서도 그런 중년의 여성, 그리고 그녀의 삶을 뒤흔든 한 남자가 등장한다.

 

미대생인 아들 벤과 여고생 딸 샐리를 키우는 로라는 병원에서 영상촬영기사로 일하고 있다. 의사가 아니라 병을 진단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먼저 병변을 발견해내는 그녀. 퇴근 후에는 실직한 남편의 짜증과 자기비하를 받아주고, 실연당한 아들을 위로하며, 연애하느라 정신없는 딸아이를 챙기는 것이 로라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정작 자신에게도 암 덩어리와 같은 마음의 응어리들이 자라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로라에게 한 줄기 빛처럼 보스턴으로의 세미나 기회가 찾아온다. 잠시라도 아내와 엄마의 짐을 내려놓고 로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보스턴에 도착한 로라 앞에 같은 도시에 사는 보험 세일즈맨 코플랜드가 운명처럼 다가온다. 호텔 체크인을 기다리며 지루함을 달랠 겸 두 사람은 통성명을 하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지만 그 끝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히 극장에서 재회하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로라와 코플랜드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서로 비슷한 취미와 취향을 가졌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 두 사람은 배우자로부터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정신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순식간에 뜨거운 사랑에 빠져 어느새 둘이 함께 할 미래를 꿈꾸는 로라와 코플랜드. 그런데 운명의 짝을 찾은 로라의 행복이 이유 없이 불안했다. 너무도 완벽하게 그녀와 딱 맞는 사람을 만나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면 굳이 소설화 되지도 않았을 것이란 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로라와 독자들을 어이없게 하는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생각의 여지로 남겨놓은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속 시원히 이유라도 밝혀 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 작품은 해피엔딩일수도 새드엔딩일수도 있다. 그런데 결말이 어떻든지 간에 너무 극적으로 꾸민 것 같은 느낌이 역력한 전반적인 내용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에 반해 로라의 직장과 가정에서의 생활 및 심리 상태, 옛 사랑의 상처 등을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들은 탁월하다. 덕분에 로라 자신조차도 믿기지 않는 그 사랑에 독자로서 짧은 시간이나마 매료될 수 있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기다린다고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없는 용기라도 끌어 모아 변화를 시도해야만 어제와 다른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음을 로라의 삶을 통해 다시금 일깨웠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