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망향 미나토 가나에(Kanae Minato), 김시원 | 레드박스 | 20131129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미나토 가나에 하면 <고백>은 자동 반사처럼 연상하게 된다. <고백>은 입소문만 듣고 영화로 먼저 봐 버리는 바람에 아직 책으로는 만나지 못했다. 대신 몇 년 전에 그녀의 <소녀>를, 이번에는 <망향>을 읽었다. <고백>이 자신의 대표작이 되길 원치 않는다고 작가의 오랜 바람이 마침내 이뤄진 작품이 <망향>이라고 한다. 출판사에서 말하는 작가 소개글이라고는 하지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책에 대한 기대는 어쩔 수 없이 더 커졌다.
<망향>은 ‘시라쓰나지마’라는 섬을 고향으로 둔 여섯 남녀의 사연이 단편 형태로 엮여 있다. 단편 소설집인지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야 알게 됐고, 첫 번째로 등장한 “귤꽃”을 다 읽고 “바다별”을 읽은 후에야 이 책의 사연들은 모두 ‘시라쓰나지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우선 “귤꽃”은 25년 전에 고3이던 언니가 집에 잠시 머물렀던 남자와 떠난다는 한 줄의 편지만 남긴 채 사라진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인구 감소와 경기 악화로 ‘시라쓰나지마’ 시 폐쇄식이 열리는 날 성공한 작가가 되어 언니는 돌아온다. 엄마와 여동생을 내팽개치고 떠났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언니가 야속하기만한데 언니의 귀향은 과거의 진실을 깨닫게 해 준다.
“바다별”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실종과 때마침 호의를 베풀어준 한 아저씨의 이야기가 나오고, 도쿄 드림랜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드림랜드에 대한 허상을 직시하고 또 과거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는 “꿈나라”,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로 힘겨운 학창시절을 보내다 성공한 가수가 되어 다시 돌아왔지만 과거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 듯 한 “구름줄”, 각 자 아픔은 있지만 서로가 있어서 위로가 되었던 두 소녀의 “돌십자가”, 그리고 선생님이던 아버지가 왕따로 고통 받던 소년에게 어떤 희망과 용기를 줬는지 뒤늦게 알게 된 “빛의 항로”까지 전편이 지루할 틈도 없이 단숨에 읽어 나갔다.
절도와 살인, 가정폭력, 왕따 등 <망향>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결코 소소하거나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이 사건들에게 주인공들이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향 ‘시라쓰나지마’의 힘이었다. 고향 그곳에는 늘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으니까. 고향의 힘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태어나 지금까지 고향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나로서는 고향에 대한 향수는 아직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얼마만이라도 여행을 떠났다고 집으로 향하는 이정표만 봐도 반가운 마음, 그것은 향수의 감정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확실히 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뭔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고 <망향>도 다르지 않았다. 읽지 않은 <고백>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녀가 앞으로도 <고백> 이상의 작품을 계속 써내리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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