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스 콜링

쿠쿠스 콜링 세트 (전2권) 로버트 갤브레이스, 김선형 | 문학수첩 | 20131202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작가의 이름은 낯설지라도 <해리포터>와 조앤 K. 롤링은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나고 한참 지난 후 조앤 K. 롤링의 <캐주얼 베이컨시>가 국내에 소개됐었다. 그녀가 쓴 마법학교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했고 실제로 전 2권의 이 책을 읽은 직후의 소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적나라하리만치 섬세한 현실의 묘사는 놀랍다 못해 읽기가 두려웠고, 그녀의 전작과는 너무도 큰 괴리감에 쉽게 좋아할 수 없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작가 스스로도 마법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세상에 발은 내딛는다는 것이 참 힘들었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래서였는지 그녀는 낯선 이름으로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고 신인 작가의 이 작품은 해외에서 단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그 주인공이 <쿠쿠스 콜링>이었다. 롤링은 아마도 자신의 명성이 아닌 작품 그 자체로 평가 받고 싶었을 것이고 이번 전략은 성공한 셈이다. 그럼 각설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면 전 2권의 <쿠쿠스 콜링>은 파산 직전인 아니 어쩌면 진즉 파산했지만 간판만 내리지 않은 사립탐정 스트라이크에게 톱모델의 자살 추락사 사건이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당장 돈이 급했던 그에게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어릴 때 친구였던 찰리-채석장에서 자전거를 타다 추락사 했다-의 형이었고 그가 죽은 톱모델 롤라 랜드리의 오빠 존 브리스토였다. 잘 나가던 최고의 모델이 어째서 갑작스럽게 유서도 남기지 않고 죽음을 선택했는지 의문스럽지만 그녀의 지인이나 가족들 중 누구는 자살을, 누구는 타살을 확신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사건 의뢰인인 오빠 존은 타살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기서 탐정 스트라이크에 대해 잠시 설명을 덧붙이자면 거구의 몸집을 가진 그는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인으로 수사 업무를 담당했지만 전쟁에서 한 쪽 다리를 잃고 전역해 탐정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는 배우 뺨치는 매력적인 약혼녀 샬롯이 있었지만 이별하고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고, 빚 재촉에 살인 협박까지 받으며 근근이 사무소를 운영하던 중이었다. 게다가 그의 부친은 잘 나가는 록스타였고 모친은 약물중독에 빠졌던 슈퍼그루피였다. 아버지의 숱한 애정사들 중 하나의 증거로 태어난 그였기에 유년기도 평범할 수 없었고, 모친의 사망 이후 옥스퍼드를 자퇴하고 군인의 길을 걸었다. 지금까지 읽은 탐정 소설 중에 사건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닌 탐정이 이렇게 사연이 구구절절한 경우는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인력 센터를 통해 스트라이크를 찾아온 여비서이자 탐정 꿈나무인 로빈도 독특하긴 마찬가지다. 이 매력적인 두 인물이 <쿠쿠스 콜링>을 감칠맛 나게 이끈다.

 

하지만 책의 1권은 읽으면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건은 진척도 없이 변죽만 울리고 사건보다 스트라이크의 애정 문제나 로빈과 스트라이크의 삐걱거림만 반복적으로 등장하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에 비하면 얼마 되지도 않는 등장인물들인데 그 직업과 이름들은 계속 헷갈려서 혼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건이 한 가닥으로 계속 이어지듯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이야기를 좀 하다가 난데없이 스트라이크 개인사로 넘어갔다가 다시 로빈의 이야기도 나오고 다시 사건의 제2, 제3의 관련자들의 인터뷰들이 등장해 대는 바람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어쨌거나 1권에서는 그나마 스트라이크와 로빈이라는 캐릭터가 선사하는 유머가 가장 큰 재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2권에 접어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앞서 1권에서 깔아두었던 사건의 조각조각들이 드디어 조금씩 맞춰지지 시작하는 것이다. 이미 범인은 이야기 초반에서부터 짐작하고도 남았지만 진짜 궁금했던 것은 깨지지 않던 알리바이였는데 뭔가 눈치챈 것 같은 스트라이크가 서서히 범인을 압박하기 시작하고 다급해진 범인이 본색을 드러내며 그 모든 정황을 스트라이크가 설명하던 대목이 이 책에서 가장 재밌던 부분이다. 그래도 뭔가 아쉽고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범행을 저지른 동기라든가 범행의 방식,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쉽게 풀어져 버린 알리바이의 열쇠는 결국 증언을 했던 주변 인물들에게 있었다는 것 등이 알고 보면 너무도 간단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쿠쿠스 콜링>은 우리에게 매력적이고 특이한 새로운 캐릭터를 선물한 것만은 분명하다. 스트라이크와 로빈! 이 두 사람의 조합은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처럼 아마도 대 활약을 펼치지 않을까 기대된다. 로버트 갤브레이스의 두 번째 작품에서 이들을 꼭 다시 만나게 되길 바라며, 어쩐지 로맨스가 가미될 것만 같은 느낌인데 두 사람의 관계는 과연 새로운 국면은 맞게 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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