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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by 푸른바람꽃 2013. 12. 25.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양장)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양장)
요시다 슈이치, 서혜영 | 은행나무 | 201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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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신작을 냈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숨 막히는 정보전을 그리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 중에서는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어본 적 있는데 예전부터 읽고 싶던 책은 <악인>이었다. 아직도 읽지 못한 <악인>때문인지는 몰라도 두 권의 요시다 슈이치 작품을 읽었으나 그의 진가를 확인한 기분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요노스케 이야기>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줬던 것은 분명하다.

 

프롤로그에서는 이 책에 등장했던 일본의 첩보기업 AN통신의 발단이 되었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처음에는 GNN의 구상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른 채 흘러가는데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 AN통신이 실은 GNN의 불발로 탄생한 정보 기업이었다. 보통 국가의 정보원들은 국익을 위해 국내외에서 첩보활동을 벌인다면 AN통신 소속의 다카나와 다오카, 이들과 대립, 경쟁하는 일종의 프리랜서 첩보원인 데이비드 김, 그리고 누구의 편인지 알 수 없는 아야코(AYAKO) 등은 자신 혹은 소속 단체의 이익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일종의 산업 스파이들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고 또 순식간에 상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기도 하는 이들을 보며 영원한 적과 친구는 없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처음에는 신위안 석유 제휴사업을 놓고 중국, 일본, 한국 기업의 경쟁이 사건의 시작이었지만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우주 태양광 발전이라는 미래 에너지 사업이었다. 이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연구자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 데이비드는 마이크로파 연구의 권위자인 오타베 겐조 박사의 딸 나나에게 접근하고, 일본에서는 기존 태양광 패널보다 100배의 효과를 가진 패널을 개발한 히로쓰가 이가라시 국회의원을 만나 좋은 조건으로 기술을 넘길 방법을 모색한다.

 

첩보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정보원의 납치와 고문, 목숨을 건 구조 등이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에서 데이비드를 제외한 나머지 다카나, 다오카, 아야코 등은 다들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 번 이상 처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들이 위기에 빠지게 되는 원인도 어쩌면 서로에게 있지만 중요한건 이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것도 서로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산업 스파이들의 세계에서 경쟁자들은 그들의 가장 든든한 백업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가장 간절한 순간 손을 내밀어 주는 모습에서 우정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결정적으로 우주 태양광 발전이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신기술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그다지 실감은 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에너지 부족의 시대에서 에너지가 곧 권력이니 서로 차지하려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그것이 대의를 위한 것이 아닌 단순 이전투구의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것도 너무 현실적인 면만 부각 시킨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일본에서라면 이 작품은 충분히 영화로도 제작될 법한데 책보다 영화로 만나면 더 매력적일 것 같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과연 데이비드 김 역할에는 어떤 배우가 어울릴지 상상하며 책을 덮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