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양영란, 기욤 뮈소(Guillaume Musso) | 밝은세상 | 2013121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몇 년 전만 해도 기윰 뮈소의 신간은 꼭 챙겨 읽었다. 하지만 기윰 뮈소의 작품을 여러 권 접할수록 특유의 번한 이야기들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어도 그의 책은 외면하게 됐다. 이후 이번에 나온 <내일>은 실로 오랜만에 읽는 기윰 뮈소의 책이었다. 싫증을 느꼈던 기윰 뮈소 식의 로맨스는 변함이 없었지만 평소 좋아하는 스릴러 요소가 가미되어 색다른 재미를 줬다.
1년 전 아내를 차사고로 잃고 4살 된 딸을 혼자 키우는 하버드대 철학 교수 매튜는 여전히 아내의 죽음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가 허망하게 떠난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고, 또 다른 사랑 따위는 절대 없을 거라 믿으며 자신을 더욱 불행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그의 인생에 다시없을 운명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우연히 사게 된 중고 노트북 덕분이었다.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노트북을 열어 보니 판매자의 포맷 했다는 설명과 달리 사진첩에는 전 주인으로 짐작되는 여자의 사진들이 가득했다. 그냥 지워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찜찜한 기분에 매튜는 사진 속 여자 엠마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취한다. 당신의 노트북을 샀는데 그 속에 사진이 들어있다고... 다행히 엠마의 답장은 바로 오지만 그녀는 노트북을 판 적이 없다고 한다. 상황이 앞뒤가 맞지 않아 어리둥절하긴 해도 서로에 대한 인터넷 검색으로 모습과 신분을 확인한 두 사람은 금세 이메일을 채팅하듯 주고받는다.
아내가 죽은 뒤 처음으로 매튜는 이성에 호기심이 생기고, 양극성 성격장애와 유부남과의 연애에 지쳤던 엠마 역시 매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직접 만나기로 하고 한껏 들뜬 두 사람은 약속장소로 향한다. 그렇게 같은 곳, 같은 시간에 서로를 기다리지만 상대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비밀은 이상한 노트북이 만들어낸 타임슬립에 있었다. 이제 매튜는 엠마를 통해 죽은 아내 케이트를 살리고 싶고, 엠마는 이제야 만나게 된 매튜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갈등하는 엠마의 눈앞에서 케이트의 이상한 행동이 목격되고 그녀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잔인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매튜와 엠마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궁금했던 것보다 케이트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더 흥미진진하다. 엠마처럼 평범한 여자가 마치 프로 탐정처럼 추적해 나가는 설정은 조금 황당하지만 어쨌든 이 책은 논리적인 설명이나 이론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읽어야 한다. 다행히 엠마에게 때마침 해킹 천재 소년이 조력자로 등장하여 두 사람이 함께 케이트와 그녀가 벌이는 음모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면서 이야기를 절정으로 향한다.
아내의 진실을 모른 채 계속 그녀의 죽음을 애통해 했던 것과 아내의 진실을 알게 되고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잃어버린 것 중 무엇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매튜에게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면 그가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했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엠마가 서두르지 않고 매튜에게 다시 다가갔던 점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 끝으로 책 속에 등장했던 ‘인생의 페이지를 내일로 넘기라’는 충고야말로 <내일>이 독자에게 꼭 하고 싶던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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