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는 어른 (양장) 에쿠니 가오리(Kaori EKUNI), 김난주 | 소담 | 20131220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어릴 때부터 난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울보, 수도꼭지라 불려도 누가 조금만 내 마음을 건드리면 눈물부터 또르르 떨어뜨렸다. 어른이 되면 눈물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어릴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면 어른이 되어선 조용히 혼자 우는 때가 많았다. <우는 어른>, 그것은 에쿠니 가오리이기도 했고 지금의 나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제야 선보이는 책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2001년에 출간되었던 모양이다. <우는 어른>에는 에쿠니 가오리가 쓴 짧고 다양한 에세이가 실려 있었다. 그녀의 소설만 탐독해온 탓에 정작 에쿠니 가오리라는 사람에 대해선 그녀의 소설로 짐작할 뿐이었다. 그런데 <우는 어른>을 보면서 에쿠니 가오리의 생각과 일상, 주변의 소소한 일들을 알아가게 되면서 그녀가 반가웠다.
총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에세이들이 소개되는데 첫 장 ‘비가 세계를 싸늘하게 적시는 밤’에서는 에쿠니 가오리라는 인물에 대해 가장 호기심을 느끼게 해 준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장 ‘남성 친구의 방’에 실린 글들은 참으로 흥미로운 탐구의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챕터의 제목에서처럼 남성 친구에 대한 그녀의 고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성과 달리 남성들만이 갖고 있는 특성들과 더불어 그녀의 주변에 있는 남성 친구들도 다정하게 소개해 준다. 세 번째 장 ‘갖고 싶은 것들’에서는 에쿠니 가오리의 재미난 상상과 평소 소망했던 것들-소제목들만 봐도 그녀의 위시리스트를 알 수 있는-이 한 가지씩 모습을 드러냈고, 마지막 장에서는 그녀의 독서일기가 소개되어 있었다.
책을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 내가 상상했던 <우는 어른>의 내용은 3040 여성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였다.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인생의 경험들이 녹아 있겠거니 했는데 물론 그런 내용도 있지만 <우는 어른>은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조금 빗겨서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싫지 않다. 내게 가장 좋았던 점은 이 책의 모든 내용이 그 자체로 에쿠니 가오리답다는 것이었다. 소설에서 느껴졌던 에쿠니 가오리가 이 에세이 속에도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래, 에쿠니 가오리라면 부부 싸움을 하고 저럴 법도 하지... 그래, 에쿠니 가오리라면 저런 생각을 할 법 해... ’ 라는 식으로 모든 것들이 귀결된다. <울지 않는 아이>에서의 그녀는 또 어떤 모습일까? 눈가에 눈물이 그렁한 채 울지 않고 두 주먹을 꼭 쥔 에쿠니 가오리를 만날 기회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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