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레네 코베르뵐(Lene Kaaberbol), 아그네테 프리스(Agnete Friis), 이원열 | 문학수첩 | 20140117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북유럽의 추리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그 곳의 날씨만큼 가슴 서늘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았던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은 레네 코베르뵐과 아그네테 프리스가 공동집필 한 ‘니나 보르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이다. 같은 주인공을 시리즈로 내세운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이다. 형사라는 직업 상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잡아나가는 것이 임무이고 또 가가 형사는 그 방면으로는 탁월한 능력과 소질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 이번에 읽은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에서 만난 니나 보르는 이런 위험천만한 사건에 휘말려 해결해나가기에는 너무 일반적인 인물이다. 다만 니나의 내면에 자리한 간호사라는 직업적 책임감과 정의감 등이 그녀를 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한 여자가 무거운 슈트케이스를 끌고 가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 슈트케이스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말이다. 관건은 그것이었다. 그 속에 자리하고 있을 소년은 과연 살았을까, 아니면 이미 죽었을까... 다행히 소년은 아직 살아있었다. 그런데 이 소년은 누구이며, 이 여자는 어쩌다 이 슈트케이스를 가져와 열어보게 되었는지 서둘러 다음 장을 넘겼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자가 아닌 상류층 얀을 비춘다. 비행기를 연착으로 초조해 하는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어 보였고, 다음에는 사랑하는 여자 바르바라와 함께 있는 유차스가 등장한다. 그리고 싱글맘 시기타와 그녀의 세 살 난 아들 미카스가 함께하고 있는 토요일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덴마크 적집자센터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니나가 나타나고 그녀가 바로 책의 도입부에 등장했던 슈트케이스를 열던 여자였음이 드러난다.
초조한 마음으로 개인 간호사 카린에게 심부름을 시켰던 얀과 카린의 부탁으로 슈트케이스를 가지러 갔던 니나, 눈 깜짝할 새 기억을 잃고 아들을 잃어버린 시기타, 뭔가 약속된 일이 틀어져 분노하는 유차스, 그리고 슈트케이스에 들어가 있던 미카스. 니나에게 구조되기까지 미카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두 작가는 꼬여버린 사건을 풀면서 이 납치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하나씩 보여준다. 미카스를 보호하게 된 니나가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에 다가가는 것과 동시에 누구보다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기타의 모성도 빛났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고 미카스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지쳐있던 그녀였다. 그러나 미카스가 사라지고 그녀는 자신에게 아이가 어떤 존재였는지 여실히 깨닫는다. 그리고 누가 왜 자신이 아이를 빼앗아 갔는지 알게 된다.
책에서 나오는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뉴스로, 영화로, 책으로도 이미 봤었다. 그래서 핵심 된 사건의 소재자체만 놓고 보면 신선감은 없었다. 그러나 니나 보르라는 평범한 여성이 주저하면서도 한 걸음씩 사건에 다가가는 것과 얀, 안네, 알렉산데르, 시기타, 유차스, 바르바라 등이 각각의 시선으로 묘사되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가는 점은 흥미진진하다. 니나 스스로도 완벽하지는 않은 허점투성이인 사람이라는 점도 이 책이 여느 작품들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십자 소속 간호사이기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은 여지없이 그녀를 찾아온다. 나타샤처럼... 니나 보르 시리즈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녀의 직업을 간호사로 설정했을 것이다. 다음 권인 <고요하고 보이지 않는 살인>에서는 전염병에 의한 공포를 그리고 그 다음 권 <나이팅게일의 죽음>에서는 이번 권의 마지막에 등장했던 나타샤의 이야기도 기대해 본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