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 레네 코베르뵐(Lene Kaaberbol), 아그네테 프리스(Agnete Friis), 이원열 | 문학수첩 | 20140214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니나 보르의 두 번째 시리즈가 생각보다 빨리 독자들 곁으로 찾아왔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였던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을 읽고 마지막 부분이 마치 이어질 다음 사건을 예고하는 것만 같아서 두 번째 책을 기다린 것도 사실이다. 이번 책의 제목은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이다. 전편의 엔딩을 장식했던 나타샤는 책의 도입부에서 잠시 등장하긴 하지만 이번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에서는 전혀 새로운 사건이 니나를 새로운 위험에 빠트린다.
헝가리 북부에서 집시 소년 터마스가 의문의 위험물질을 찾아내면서 사건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니나 보르 시리즈의 특색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각각의 등장인물들 앞에 펼쳐진 삶의 풍경들이 하나 둘 묘사되어 간다. 니나를 비롯해 스코우-라르센 부부, 터마스의 형 샨도르, 그리고 사건 조사를 맡은 쇠렌 경감 등이 퍼즐 조각들처럼 사건의 큰 그림들을 맞춰나간다. 터마스가 갑자기 형을 찾아와 컴퓨터를 사용하고 여권을 훔쳐 달아나면서 샨도르는 정보국의 조사를 받고 한순간에 범죄 용의자가 된다.
그리고 구토와 고열을 동반한 이상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구호활동을 위해 그들과 접촉했던 니나 마저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 결국 이들이 왜 이런 병증에 시달리는지, 터마스가 찾아낸 위험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니나의 병원 치료로 드러난다. 한 가지 의문스런 점은 터마스가 이 물건을 팔아 돈을 챙기려 했었는데 이 위험물을 사려던 자가 누구였는지, 그 사람은 이것을 사서 어디에 쓸려고 했었는지 이다. 게다가 터마스가 벌이던 위험천만했던 계획에 연루된 자들이 샨도르와 니나, 그리고 니나의 딸 이다의 목숨까지 위협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 책은 중반 이후까지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지루하다. 결정적인 위기는 없고 현상들만 나열되는데 그것이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이 책이 재밌어 지기 시작하는 부분은 후반부 니나와 그녀의 딸이 모두 위기에 처한 그 순간부터다. 추리 소설 특유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나 범인과의 심리전은 아마도 니나 보르 시리즈에서 찾기 어려울 듯 하다. 대신 니나 보르 시리즈에는 등장인물들의 조각조각들이 어디서 어떻게 끼워 맞춰 들어가는지를 지켜보는 맛이 있다. 그리고 사건의 결말이 늘 의외였다는 것도... 이런 점들이 색다른 것은 인정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추리소설에서 범인과의 두뇌싸움을 더 즐기는 편이라 니나 보르 시리즈가 인상적으로 와 닿지는 않아 아쉬웠다.
이번 편에서 마지막에 드러난 배후의 인물과 왜 이런 일을 꾸미게 되었는지 읽으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몇몇 사람의 잘못된 생각이 얼마나 큰 피해를 초래하고 수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트렸으며, 앞으로도 어떤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보면 그 어떤 살인보다 더 잔혹한 살인이었다. 이번 편에서 니나에게 일어난 일이 후유증으로 남을지 모르지만 그녀와 책의 초반에 잠시 등장했던 나타샤의 안부가 궁금하다면 다음 권에서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다음 권에서도 니나 보르 시리즈 1, 2권과 같은 서사구조를 가진다면 선뜻 손이 갈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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