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망량애정사 1 김나영 | 네오픽션 | 20140312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웹툰이나 웹소설은 어지간히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제 때 챙겨 읽기가 참 어렵다. 언젠가 웹소설 한 편에 빠져서 매일 같은 시간 업데이트 된 원고를 챙겨 읽고 작가님과 실시간으로 감상을 주고받던 적도 있었는데 마치 글을 쓰는 작가와 독자가 함께 달리는 마라톤 같은 느낌이었다. 그 때 이후로 웹소설을 인터넷으로 완독한 경험은 없는데 여전히 많은 작가들이 웹에서 소설을 발표하고, 또 독자들은 매일 연재되는 소설을 읽으며 작가와 소통하고 있다. <이매망량애정사>도 그 중 한 작품이다.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에서 주 2회 연재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이 작품. 책을 읽는 동안 찾아보니 별점도 무려 10점 만점에 9.9점이다. 특이한 것은 인터넷 매체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스토리와 어울릴 법한 삽화도 한 컷 씩 등장하고, 무엇보다 그 날 연재 이야기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들도 참 재밌는 볼거리였다. 하지만 나처럼 성격 급한 독자들은 한 주에 2번씩 기다렸다가 읽는 게 고역이었을 것도 같다. 책 속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면 귀왕이 도깨비 망량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 위해 피리에 가둬버린다. 그리고 그 피리를 발견하여 부는 사람이 소원을 들어주고 깨달음을 얻으면 봉인이 풀리는데 천방지축 망량에게 찾아올 인연을 내다본 귀왕의 선견지명이었지 않나 싶다.
한편, 손이 귀한 양반가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던 최씨 부인은 남편의 후실 강씨의 계략에도 불구하고 유복자로 딸을 낳는다. 강씨에게는 이미 아들이 둘이나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자신과 딸아이의 처지를 생각해 거짓으로 삶을 위장한다. 자신이 아들을 낳았다고 시부에게 말한 것이다. 그 순간부터 두 모녀는 납덩이처럼 무거운 짐을 가슴에 안은 채 특히 어여쁜 여인이었던 이연은 집안의 장손이자 의원으로 대를 이어야 하는 남자로서의 삶을 묵묵히 살아간다. 심성이 착해 어머니의 입장을 모를 리 없지만 이연 역시 평범한 여자였고,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길 누구보다 소망한다. 하지만 상황은 자꾸 꼬여 덜컥 양반가 규수와 정혼이 성사되고 이제 더 이상 남자인척 사는 게 아니라 진짜 남자가 되어야만 한다.
남자가 되기 위해 신묘한 약초를 찾아 떠난 이연. 그리고 그녀가 우연히 주워들은 피리를 불자 나타난 도령 망량. 망량은 이연의 소원을 들어줘야 하고, 이연은 자신이 도깨비라 주장하는 망량이 허무맹랑하지만 두 사람은 이렇게 동행하게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남장 여자는 더 이상 특별한 소재가 아니다. 이 소재가 가졌던 처음의 강렬한 매력이 이제는 독이 되어 식상할 대로 식상해진 소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진부함이 다시 등장하고, 게다가 도깨비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작년에 본 드라마가 연상되면서 책에서 새로운 재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씨가 아들을 장손으로 만들려는 욕망이나 강씨의 아들 무원이 이연에게 갖는 시기심 등도 드라마 등을 통해 너무 자주 봐왔던 장면 같았다.
결말 역시 예상 가능한 선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자신만의 이야기로 특별하게 재구성 하는 것,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면서도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매망량애정사>도 차라리 처음 소재를 가져온 한국신화 산도깨비 이매와 물도깨비 망량이라는 캐릭터를 더 발전 시켜 전개해 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2권을 읽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은 걸로 봐서 책은 술술 읽힌다. 그러나 대다수의 평가와 달리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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