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김려령(Kim Ryeo-ryeong)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40219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다시 한 번 <우아한 거짓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아직 책으로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 서둘러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양장본으로 새로 나온 <우아한 거짓말>을 만났다.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에 천지가 죽었다. 이제 겨우 중학생이었던 딸이, 여동생이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던 빨간 털실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도 떠났고, 이어서 또 한 명의 식구를 떠나보내게 된 엄마와 언니 만지는 동생의 죽음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그리고 하나씩 드러나는 천지의 친구 화연과 얽힌 동생의 학교생활은 언니 만지와 엄마의 늦은 후회만 불러왔다.
힘들었던 천지는 그동안 은연중에 계속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언니도 엄마도 그것을 눈치 채진 못했다. 착한 천지는 늘 혼자서 뭐든 잘 하는 아이였고, 참을성 있었으니까. 이해심이 깊은 아이라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천지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진 못했다. 그런 천지는 늘 외로웠고, 특히나 화연의 주도하에 떠도는 악의적인 소문과 빈정거림,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는 일에 혼자 견뎌내야 했다.
천지가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남긴 털실 뭉치는 아이의 유서와도 같았다. 용서. 힘들고 무거운 이 말을 아이는 남은 사람들을 위해 남기고 간다. 털실 메시지 외에도 책은 천지의 일기장을 읽듯 천지의 독백들과 함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담담하게 힘들었던 일들을 털어놓는 천지가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세 모녀를 연기한 배우들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책을 읽는 중에 등장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배우들의 연기하는 모습이 동시에 상상되곤 했다. 책을 읽기 전 상상했던 엄마의 모습은 배우 김희애의 다소 우아한 모습이었는데 책에서의 천지 엄마는 혼자서 두 딸을 키우는 조금은 억척스런 아줌마였고, 배우 고아성이 연기한 만지는 상상했던 것보다 좀 더 시니컬했지만 사리 분별이 확실한 여중생이었다.
책과 영화와의 간격은 언젠가 이 작품을 영화로 다시 만나면 알 수 있을 터. 배우들이 영화를 소개하는 인터뷰에서 천지 역의 아역 배우 김향기가 누구도 천지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요즘은 뉴스에서 다시 잠잠해 졌지만 학교 폭력 문제, 왕따, 은따 문제는 어느 학교에서든 쉬쉬할 뿐 존재하고 있다. 천지를 괴롭혔던 화연도 알고 보면 사랑이 고프고 친구가 꼭 필요했던 외로운 아이었다. 그런 화연이 삐뚤어진 마음만 먹지 않았다면 천지와 화연이 서로에게 좋은 버팀목이 되었을 텐데 화연 때문에 삶을 져버린 천지도, 천지와 같은 좋은 친구를 알아보지 못하고 잃은 화연도 모두 안타깝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