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이만큼 가까이

by 푸른바람꽃 2014. 4. 13.
이만큼 가까이 이만큼 가까이
정세랑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4031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여중과 여고를 나와선지 남녀공학에 대한 묘한 환상이 있다. 그 환상을 현실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이야기가 정세랑 작가의 <이만큼 가까이>. 아직은 대형 출판단지도, 유명 쇼핑몰도 들어서지 않았던 경기도 파주에서 2번 버스로 맺어진 와 주연, 송이, 수미, 민웅, 찬겸은 각자 반은 달라도 함께 어울리는 사이였다. 서로의 이름이 다르듯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달랐지만 그래도 그들은 친구사이였다. 그리고 현재의 의 카메라에 현재의 친구들이 하나 둘 담긴다. 그리고 나의 기억을 쫓아 시간은 무심히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간다.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에게 인도에서 이사 온 하 씨 남매의 등장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 하주연의 집으로 놀러갔다가 마주친 하주완이 그녀의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녀도 여느 소녀들처럼 첫 사랑을 시작한다. ‘하주라는 애칭으로 불린 그는 에게 영화라는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 주었다. 지금의 는 영화 미술과 소품을 담당하는데 그녀의 지금은 이렇듯 하주가 들여보내준 세계에서 시작됐다.

 

이야기는 하주가 서로에게 스며들어가는 과정과 의 친구들인 주연, 송이, 수미, 민웅, 찬겸의 이야기가 변주되어 얽혀 나간다. 이 가운데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켜보는 외사랑 수미가 있고, 이를 알면서도 태연하게 친구로만 수미를 대하는 민웅이 있다. 학급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던 송이도 있고, 늘 사건에서 한 걸음 정도는 떨어져 있는 것 같던 주연과 그 와중에 1등을 놓치지 않던 찬겸도 있다. 아슬아슬하면서도 끈끈해 보이던 아이들의 관계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은 민웅과 수미 사이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부터였다. 그럴수록 점점 더 깊어져 가는 하주의 관계도 이유 없이 불안해 보였다.

 

책의 뒷 표지에 남겨져 있는 심사평에서 이미 누군가의 죽음은 예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죽음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책을 끝까지 읽어보지 않아도 처음부터 알 수 있었다. 다만 갑작스런 전개에 주인공인 만큼이나 독자들도 당황스럽고 안타깝긴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누군가를 원망할 곳도 없던 스스로를 놓아 버린다. 그런 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녀의 곁은 지켜주었다. 그 따뜻한 온기가 페이지마다 느껴졌다는 점이 슬픈 이야기를 슬프지만은 않게 그려보였다는 점이 <이만큼 가까이>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9번이나 각종 문학상 최종심에 고배를 마셨던 정세랑 작가가 포기 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창비 문학상의 일곱 번째 주인공이 되어 그녀의 책을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