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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by 푸른바람꽃 2014. 6. 9.
소소한 풍경 소소한 풍경
박범신 | 자음과모음(구.이룸) |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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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을 읽다 오랜만에 박범신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다. 신작 <소소한 풍경>의 출간 소식과 더불어 작가의 근황과 작품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는데 조금 읽던 중 다른 일이 생겨 기사를 완독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가 더 이상 간절하게 쓸 이야기가 없어서 작가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기적처럼 찾아온 영감으로 완성했다는 <소소한 풍경>은 충분히 궁금해 졌다.

 

박범신 작가의 마흔 한 번째 장편소설인 <소소한 풍경>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책은 그리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끝까지 한 번에 읽어 나갔다. 문장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그 문장이 담고 있는 뜻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문학평론가 복도훈의 해설을 천천히 읽고 나서도 쉽사리 이 책은 소화되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이 글을 쓴 작가 역시도 이 책이 마치 신기루 같을까. 작가가 작가를 그만둬야겠다고 느낀 순간 어느 식당의 간판에 적힌 소소한 풍경이 던져준 단상에는 사람도 풍경과 같은 마치 보고 있어도 이것이 현실인지 아닌지 분간이 어려운 어떤 이미지 같은 것이 떠올랐었던가 보다.

 

책을 읽는 내내 현실에서 한 발쯤 떠 있는 느낌이었다. 책 속의 주인공들도 그렇고 그런 주인공들을 따라다니는 나의 의식도 그러했다. 마치 저만치서 떨어져 풍경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 풍경이 꿈속의 장면 같은 기분 말이다. 한 남자와 두 여자가 기묘한 동거를 하고 서로는 서로를 사랑한다. 이들이 나누는 감정을 사랑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래도 이 세 사람의 감정을 뭉뚱그려 가장 가깝게 표현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사랑밖에 없을 것도 같다.

 

이름도 없이 여자 1’, 청일점 ’, 여자 2으로 호명되는 세 남녀, 그리고 여자 1호의 첫 사랑이자 남편인 남자1’까지 기이한 이 풍경화에서는 이름도 무의미 하다. 이름이 붙여져 있다한들 제3자의 눈에는 하나의 개체일 뿐인 것이다. 남자1과의 결혼에서 파경을 맞고 홀로 사는 에게 이 눈에 띤다. 오갈 데 없는 그에게 방 하나를 선뜻 내어준 그녀, 아마도 그녀의 눈에 비친 그는 외간 남자라던가 위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자신과 같이 섬처럼 떠있는 하나의 존재에 불과했었던 듯싶다. 이 두 사람의 동거에 조선족 아가씨라고 밝힌 이 찾아든다.

 

둘일 때의 균형은 셋이 되면 깨어지기 마련이다. 참 신기한 게 도형의 삼각형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 개의 꼭짓점이 딱 버티고 있어 더 이상 파고들 틈이 없는 완전체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계의 삼각형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과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꼭짓점처럼 홀로 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둘과 하나라는 관계를 전제하고 있 기 때문인데 <소소한 풍경>의 세 남녀는 이 자체를 거부한다. ,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셋이라는 덩어리를 택함으로써 이들의 평화는 유지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지되는 듯 보였지만 이들 사이에도 둘, 하나의 외로움은 존재했다. 그렇다고 둘이란 관계도 완전하지 않음을 은 결혼의 실패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혼자 살아도, 둘이 살아도, 셋이 살아도 좋았지만 이들은 다시 혼자를 택한다.

 

이들 관계의 끝은 시작부터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미 공개했기 때문에 왜 이런 결말을 맞았는지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그런데 읽고 나서도 개운하지는 않다. ‘’, ‘’, ‘중에서 어느 한 사람에게도 완전히 동화될 수 없었던 내가 이들을 이해하기란 역부족이었고, 이 세 사람이 왜 각자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하고 행동을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각자가 이 불안한 관계의 종말을 고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해피엔딩을 맞은 것 같기도 하다.

 

읽고 나니 더욱 작가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같은 풍경에도 저마다 감흥은 다른 것처럼 이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 그리고 같은 풍경을 바라본 다른 사람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이 본 풍경은 무엇이었는지.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