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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

by 푸른바람꽃 2014. 7. 21.
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 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
백승선, 백승선 | 쉼 |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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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다소 기이한 성향이 하나 있다면 책도, 여행도 한 번 경험한 것을 반복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깊은 감동을 받은 작품일지라도 두 번 읽은 책은 거의 없고, 여행지도 한 번 갔던 곳은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부지런히 보고 온다. 혹자는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도 좋고, 아름다운 곳은 다시 와도 좋다는데 내 기준에서는 같은 값이라면 읽지 않은 책을 한 권 더 읽고 가 보지 못한 곳을 한 번 거 가보자는 주의의 셈이다. 이런 내가 이 책을 받아 들고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은 4년 전 내가 읽었던 책이었던 것.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합본되기 전의 두 권을 각각 읽었다. 제목이 바뀌었고, 목차도 달라졌지만 이 책은 앞서 '가치창조'에서 2010년 출간한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와 2011년 출간한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를 합본하여 재출간된 책이다.

 

합본이 되면서 달라진 점을 찾으라면 출간 순서와 달리 이 책에서는 폴란드가 앞에 나온다는 것, 그리고 목차에서 폴란드와 불가리아의 주요 도시의 소개 순서도 조금씩 바뀌었다는 것, 또 책의 내지를 꾸미는 편집 방식에서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는 정도이다. 두 권을 그대로 합쳐 놓았다면 책의 두께가 훨씬 더 두꺼웠을 테지만 하나로 합치면서 중복되는 사진이나 군더더기는 덜어낸 것 같고, 내용들은 거의 그대로 실어 놓은 듯하다. 처음에는 이 책과 나란히 '폴란드' 편과 '불가리아' 편을 가져다 놓고 무작위로 비교하면서 달라진 점을 찾았으나 내용 면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책, 그것도 여행서 다시 읽기에 나섰다. 

 

<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은 어쨌든 한 번 읽었던 책인지라 조금만 읽어도 뒤에 무슨 내용이 나올지 떠올랐다. 마치 한 번 갔던 여행지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다. 추억이 서린 골목인데 저 모퉁이를 돌면 어떤 가게가 나오는지 이미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또 새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3~4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라 그런지 기억은 일부 퇴색되어 있었고, 저자가 다시 일러줄 때 비로소 묵은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그러면서 처음 읽었을 때의 생각과 느낌도 함께 떠올랐다. 문학 작품을 두 번 읽으면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를까? 영화도 거의 반복해서 본 적은 없지만 그나마 영화는 나이에 따라 같은 영화라 할지라도 그 느낌은 사뭇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책과 같은 여행서에서는 딱히 그런 느낌은 없었다. 다만 흐릿해진 기억에 다시 선명하게 물감을 칠한 기분이다.

 

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소개하자면, 폴란드와 불가리아의 유서 깊은 도시들을 감성 어린 글과 포토 엽서를 방불케 하는 멋진 사진과 함께 소개해 주고 있다. 폴란드 편에서는 다시 읽어도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역시나 고통이 스민 아우슈비츠 였고, 불가리아 편에서는 어여쁜 풍광이 그림 같았던 벨리코 토르노보었다. 오랜만에 다시 글과 사진으로 폴란드와 불가리아를 만나니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 두 나라를 나는 용케도 두 번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얼마 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연주했다는 연주자의 프로필을 읽으며 문득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가 떠올랐는데 이렇게 다시 만날 운명이었던가 보다. 'In The Blue'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뒤늦게 합본이 나와 조금 아쉽기도 하다. 이렇게 합본의 좋은 점은 한 권의 책으로 두 나라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두 번째 동유럽의 주인공은 어느 나라일지 모르지만 아직 'In The Blue' 시리즈를 접해본 적 없는 독자라면 일거양득의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2010년 8월 /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 서평 : http://blog.naver.com/mylove616/111886023

2011년 5월 /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 서평 : http://blog.naver.com/mylove616/128276554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