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리 차일드(Lee Child), 정경호 | 오픈하우스 | 20140627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특수부대원들에게 덤비지 마라"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 중 한 권인 <1030>은 결국 위의 문장으로 압축된다.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이 책의 날개 표지에 소개되어 있는 것만 해도 6권이나 된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잭 리처 시리즈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030>의 경우 잭 리처의 전성기가 지난 후의 이야기인 것으로 미뤄 볼 때 가장 최근의 에피소드 인 것 같다. 왕년에 특수부대원을 이끌며 맹활약을 하던 잭 리처. 그러나 현재의 그는 빈털터리에 사는 곳도 일정하지 않는 방랑자 신세다. 그런 그의 통장으로 누군가 1030달러를 송금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 채지 못했을 테지만 잭 리처는 '1030'이 우연한 금액이 아닌 '동료들의 지원을 급히 요청할 때 쓰는 무전 암호'임을 직감한다.
리처에게 구호 요청과 함께 돈을 보낸 사람은 과거 특수 부대원이었던 니글리였고, 니글리와 재회한 리처는 한 때 그와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특수부대원들이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살해당했고, 몇 명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임을 알게 된다. 여느 가족애 보다 더 끈끈한 전우애로 뭉쳐져 있던 이들에게 이것은 도발이었다. 누가 감히 잭 리처의 특수부대원들을 건드렸단 말인가. "특수 부대원에게 덤비지 마라" 이 말은 그들의 슬로건이자 경고의 메시지였다. 이렇게 된 이상 법과 경찰이 나서기 전에 잭 리처는 먼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그의 동료들을 건드린 범인을 찾아 몇 배 더 고통스럽게 처단하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그는 살았을 지 죽었을지 모르지만 과거의 대원들을 소환한다. 동료의 복수를 위해...
이후 잭 리처는 니글리, 딕슨, 오도넬과 함께 부족한 단서들로나마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특수부대가 해체된 이후 그의 부대원들이 어떻게 살아왔었는지 알게 되고, 어쩌다 캘빈 프란츠, 토니 스완, 마누엘 오로스코, 조지 산체스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서서히 파헤쳐 나간다. 사건의 명확한 단서는 없었고, 죽은 특수부대원의 가족들이나 직장에서도 그들의 자체 수사에 비협조적이어서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하지만 잭 리처의 탁원한 수사력과 직감이 얽혀 있던 실타래를 단번에 풀어내면서 이 책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마치 한 편의 시원한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고난 기분이다. 따라서 잭 리처라는 이 매력적인 주인공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이 캐릭터의 힘이 곧 이 시리즈의 원동력이지 않나 싶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잭 리처의 소중한 사람들을 건드렸을 때 그의 복수 원칙은 받은 만큼 돌려준다, 아니 받은 것에 배로 얹어 돌려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정의롭건 아니건, 법의 테두리 안에 있건 밖에 있건 리처에게 중요하지 않다. 만일 잭 리처가 준법정신이 투철한 시민으로 나왔다면 얼마나 소설이 재미없었을까. 그는 때론 필요에 따라 범죄 행위도 마다하지 않고-다만 선량한 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또 그런 행위에 그다지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리처의 거침없는 행동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또 다른 재미였다.
사건은 해결하고 옛 부대원들의 복수도 했지만 모든 사건이 해결된 후에 왠지 모를 아쉬움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대로 다시 각자의 길로 흩어지는 리처와 니글리, 오도넬, 딕슨을 보내주고 싶지 않은 느낌이랄까. 이들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모두가 제자리에 있는 듯 했다. 이 책에 이은 리처 시리즈가 또 있을지, 있다면 국내에서 발간될지 아직 미지수지만 <1030>을 통해 흠뻑 매료된 잭 리처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고 싶다. 그리고 과거의 시간 속에서나마 리처의 특수부대원들을 완전체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 본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