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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너머의 연인

by 푸른바람꽃 2014. 9. 7.
어깨 너머의 연인 어깨 너머의 연인
유이카와 케이, 김난주 | 예문사 | 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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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앞둔 동갑내기의 루리코와 모에. <어깨 너머의 연인> 속 주인공인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소꿉친구이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이들의 우정 자체가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언제나 제멋대로인 루리코는 하고 싶은 말은 하고야 말고, 가지고 싶은 것은 갖고야 마는 성미다. 친구로 오래 곁에 두기에는 참 난감한 성격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세 번째 결혼식 장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루리코의 신랑이 모에의 전 남자친구 노부유키였다는 사실을 밝히며 루리코의 성격 단면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모에는 어떨까? 보통의 여자라면 남자친구를 친구에게 뺏기면 분노라도 할 텐데 모에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뒤에 모에의 입으로 직접 고백하길 그녀는 남자도 사랑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쿨하다 못해 냉랭한 성격의 모에지만 사실 누구보다 마음약한 모에를 루리코는 잘 알고 있기에 루리코는 모에를 적당히 이용하고 그런 루리코를 알면서도 적당히 이용당해 주는 모에는 그들 나름의 진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두 번의 결혼 실패 후 다시 한 결혼, 그것도 유일한 친구의 남자까지 가로채 한 결혼이건만 루리코는 이번에도 행복하지 않았다. 한편 모에는 사랑의 감정에 확신을 갖지도 못하면서 루리코의 옛 직장 동료 가키자키와 내연 관계를 유지하고 어느 날 열여덟 살의 다카시도 모에의 삶에 뛰어든다. 루리코와 모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어깨 너머의 연인>은 정반대의 이 두 여자가 사랑에 눈을 뜨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루리코는 결혼이 곧 행복이라 생각했다.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는 루리코. 하지만 결혼만 한다고 행복을 누가 쥐어 주지는 않는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루리코는 세 번이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첫 사랑의 상처 때문에 사랑을 믿지 않게 된 모에는 다시 상처 받기 싫어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누구보다 외로운 모에지만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의 믿음을 지켜갈 자신이 없어 사랑을 참는 모에가 안타까웠다. 그리고 가까스로 그녀가 용기를 냈을 땐 그의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그가 다가왔을 땐 예전의 모에가 아니었다. 이들의 엇갈림이 아쉬운 것은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모에는 그녀만의 새로운 행복을 찾는다. 그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모에와 그런 모에를 곁에서 도와주며 그녀의 사랑도 지켜 나가겠다는 루리코를 보니 두 사람 모두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다.

 

126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이 작품이 출간된 것은 아마도 2002년이었나 보다. 같은 책을 두 번 번역한 김난주 역자의 옮긴이의 글을 보며 이 책이 12년 전보다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나 세태에 더 잘 어울린다는 말에 동의한다. 시대를 앞서 갔던 이 작품은 2014년에도 전혀 이질감 없이 읽혔다. 루리코와 모에가 결코 통평범한 인생들은 아니었지만 일, 연애, 사랑, 결혼, 궁극적으로는 삶의 행복을 갈망한다는 점에서는 여느 여자들과 다를 바 없었고, 그런 여자의 심리를 흥미롭게 그린 <어깨 너머의 연인>은 역시 나오키상 수상작 다웠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