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돼지 루미의 사랑하기 딱 좋은날 루미 | 오후세시 | 20140818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웹툰은 종종 읽어봤지만 SNS 연재물은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었다. 나 자신이 SNS 사용자가 아니라서 더욱 그러하다. <감성돼지 루미의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의 주인공 루미도 나는 처음 만나는 캐릭터였다. 원래는 좀 더 일반적인 돼지 캐릭터와 비슷한 모습의 글루미 피그에서 출발한 캐릭터는 ‘루미’로 이름을 바꾸고 그 모습도 돼지와 사람, 토끼(유난히 큰 귀 때문에)의 경계에 선 듯 했다. 그렇게 탄생한 루미는 저자 자신이 지나고 있는 청춘의 일상을 대신 전하는 메신저였고, 그렇게 이 그림 에세이 책의 알맹이가 그려졌다고 한다.
<감성돼지 루미의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라는 책의 제목에 걸맞게 에세이 내용의 거의 대부분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것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으로 두근거리고, 사소한 일로 토닥거리며 다투고, 또 다시 화해하고, 그러다 이별을 하기도 하는 연애에 관한 단상들을 저자는 포착하여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놓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일들이라 그만큼 공감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내용의 식상함도 안고 있다고 봐야한다. 보편적인 경험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은 루미만의 은유적 표현들이 담긴 글들도 꽤나 많다. 마치 백일장에 출품된 시를 읽는 것처럼 비유와 은유가 가득한 길고 짧은 글들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또 유머와 재치도 깃들어 있는 글을 읽을 때는 슬쩍 입 꼬리가 올라가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감성돼지 루미의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란 책에서 내가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이 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고찰이나 진지함이었던지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내 뭔가 글자만 눈으로 따라 읽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과 지극히 사색적인 내용을 쉼 없이 오락가락 하는 통에 갈피를 잡지 못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SNS에서처럼 하루 한 편 정도씩만 읽어나갔다면 그런 느낌이 덜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장기간 작업한 것들을 이렇게 한 권이 책으로 엮은 경우 나름 주제별로 분류하고 엮은 것이겠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묘하게 서걱거리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나만의 예민한 느낌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도 그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고 마치 따로 노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것이 어떤 챕터의 내용인지도 잊혀졌다. 이런 점에서만큼은 이 책은 그 내용을 떠나 SNS에서만큼은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