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by 푸른바람꽃 2014. 10. 19.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김별아 | 해냄출판사 | 2014091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양반가의 여식으로 태어나 종친인 태강수 이동과 결혼 했지만 딸 하나를 낳은 뒤 남편의 바람기에 소박을 맞은 여자. 이후 그녀는 자신의 신분과 성별의 틀을 박차고 나와 자유롭게 사랑을 탐하는 생을 택했다. 그녀가 바로 박어우동이다. 어우동이라고 하면 외설적이고 방탕한 여자의 대명사처럼 인용되곤 하는데 기실 그녀의 삶에 대해서 알아본 바는 없었다. 그래서 김별아의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에서 소설 속 주인공으로라도 어우동의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고 싶었다.

 

남편에게 쫓겨난 그녀는 여종 장미와 어린 딸 번좌, 그리고 유모를 데리고 아담한 길갓집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여종의 말처럼 죽으면 썩어지는 몸, 더 이상 욕망도 사랑도 억누르며 외롭게 살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녀는 사랑은 신분도 나이도 지위 고하도 없었다. 사람 대 사람, 남자 대 여자로서만 사랑을 했고, 그 사랑에 두려움도 없었다. 마치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자신을 내던지는 그녀의 대범함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어우동과 사랑을 나눈 남자들-이기, 이난, 구전, 홍찬, 이승언, 오종련, 감의형, 박강창, 이근지, 어유소, 지거비 등-과의 일화이다. 김별아 작가는 지금은 잘 사용하는 않는 옛말과 다양한 은유로 남녀 간의 사랑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 문체가 참 우아하여 직접적인 묘사보다 더 적나라한 느낌도 들었다. 조선이 아닌 현대에도 여성의 몸가짐은 단정해야 하고, 남성 편력이 심한 여자는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많은 남자를 만나고 헤어지며 사는 그녀가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난이 있고, 또 그에 대한 어우동의 마음도 여느 남자들과는 달랐지만 그녀는 이난과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런 그녀를 말리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어우동에게 그녀의 삶을 후회한 적이 없냐고 지금에라도 자신과 번좌를 키우며 오붓한 가정을 꾸릴 생각은 없냐는 이난에게 어우동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며 선을 긋는다. 그녀에게 결혼도 남녀 간의 사랑도 믿을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던 것이다.

 

그녀의 사랑이 죄라는 사회에 대고 어우동은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누구의 딸도 아내도 어미도 아닌 여자로서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삶에 대한 대가를 죽음으로 치른다. 그런데 그녀의 죽음 이후 그녀와 관계를 맺은 남성들의 후일담이 나오는데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난도 말했듯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인데 결국 유교 사회의 풍속을 어지럽힌 모든 죄는 어우동이 혼자 짊어지고 가고, 남자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다 못해 승승장구 하는 모습이 남성중심인 유교사회의 단면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 같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은 어우동의 삶에 잘잘못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녀 나름의 선택이었고 삶이었으며 그에 대한 책임까지 스스로 지고 홀연히 떠났으니 말이다. 다만 혼자 남겨진 그녀의 딸 번좌와 이난의 사랑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