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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슈투더

by 푸른바람꽃 2014. 10. 26.
형사 슈투더 형사 슈투더
프리드리히 글라우저(Friedrich Glauser), 박원영 | 레드박스 | 201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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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 장르를 좋아해서 종종 읽는데 그 중 형사 시리즈를 후속편들까지 챙겨 읽은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가 거의 유일하다. 다른 몇몇 형사 추리물을 읽었는데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고, 그 뒤로 나온 책들은 찾아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만큼 재미를 느낀 작품이 없었던 탓도 있다. 하지만 추리 소설 작가들의 작품들 중에서 주인공 형사의 이름을 딴 시리즈물이 흔히 있는데 프리드리히 글라우저라는 낯선 작가의 소설 <형사 슈투더> 역시 그의 대표작이자 슈튜더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었다.

 

1936년이라는 꽤 오래전에 발표된 책이라서 작품에서는 시대적으로 고전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노형사 슈투더가 벤델린 비치의 살인범으로 체포한 슈롬프의 교도소를 다시 찾은 것은 다년간 형사 생활에서 얻은 동물적 직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찾은 교도소에서 자살을 시도한 슈롬프를 극적으로 구하며 그동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무죄를 주장하던 그에게 뭔가 사연이 있음을, 또 비치 살인사건에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고 판단한다.

 

범인들 중에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그런데 슈롬프의 결백을 주장하는 말은 체포 당시 누가 봐도 슈롬프가 범인인 상황과 너무도 대치되는 것이라 슈투더의 수사 본능을 오히려 자극했다. 게다가 본인의 결백을 밝히려면 알고 있는 하나라도 형사에게 털어놓아야 하건만 슈롬프는 어떤 사실을 자꾸 주저하며 말하기를 꺼렸다. ,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그가 아는 사실을 숨기려 하는 것인지 슈투더는 담당 판사를 찾아 추가 수사가 필요함을 설득한다. 그리고 수사를 위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마을 게르첸슈타인으로 간다.

 

그곳에서 벤델린 비치의 사체를 확인하고 죽은 비치의 가족들을 비롯해 묘목장 주인 엘렌베르거와 그의 수석 정원사 코터로, 이발소 보조 게르버, 슈롬프가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 호프만 부인, 지역 행정 위원장 에슈바허 등을 만나며 사건에 대해 파헤쳐 나가고 그럴수록 그는 마을 사람들이나 비치의 가족들에게서 의심스런 구석들을 하나, 둘 발견해 나가면서 진범에게 다가간다. 사건의 발단은 한 가족의 잘못된 판단과 그릇된 욕심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르지만 비치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결국 탐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실 이야기가 시작될 때는 단순하고 밋밋한 이 사건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 반 궁금증 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이 슬슬 재밌어 지는 것은 중반을 넘어선 이후부터였고 그 전까지는 낯선 이름들로 하나 둘 계속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과 그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정리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그렇게 각각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체 비치 살인사건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슈투더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서서히 밝혀지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시종일관 재미와 긴장을 던져주는 추리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슈투더라는 형사가 비유가 적절할지 몰라도 뚝배기같은 느낌을 던져주는 정감 있는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증인이나 용의자, 범인 등을 심문할 때 그만의 감각을 활용해 진술을 받아내는 모습이 일품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침묵하는 범인을 대신해 슈투더의 입으로 조목조목 밝히는 사건의 진상이 읽는 재미를 준다. 국내에서는 낯선 작가의 낯선 작품인데 느릿느릿 굼떠 보이지만 형사로서의 감각 하나는 예리하게 살아있는 슈투더의 다음 활약상도 기대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