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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웜

by 푸른바람꽃 2014. 12. 17.
실크웜 세트 (1~2권) 실크웜 세트 (1~2권)
로버트 갤브레이스(Robert Galbraith), 김선형 | 문학수첩 |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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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한-적어도 내 기준에서는-조앤 K. 롤링이 가명 로버트 갤브레이스란 필명으로 펴냈던 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실크웜>.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쿠쿠스 콜링>을 읽으면서 조앤 K. 롤링식의 미스터리 스릴러가 내 취향과 딱 맞아떨어지는 재미를 안겨줬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시리즈를 이어서 읽기로 한 데에는 등장인물 스트라이크와 그의 사무실에 갓 들어온 비서 겸 탐정 꿈나무 로빈의 조합이 꽤 잘 어울렸고 이들의 탐정 사무소가 앞서 룰라 랜드리 사건 이후 어떤 변화를 맞았는지 궁금해서였다.

 

전편을 읽어서 <실크웜>에 간간히 언급되는 스트라이크의 주변 상황들은 더욱 쉽게 이해가 됐다. 어렵던 탐정 사무소의 형편은 어쨌든 자살 사건에서 살인 사건으로 판을 뒤집은 코모란의 활약으로 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린 덕분에 예전보다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대신 고객들 중에서는 코모란의 심기를 건드리는 진상도 없지 않았고, 그런 사람을 내쫓으려다 엉겁결에 새로운 고객으로 맞은 것인 리어노라 퀸이었다. 작가인 남편이 며칠 째 연락도 없이 실종 상태라며 남편 오언 퀸을 찾아달라는 것. 처음에는 단순 가출 혹은 작가의 별난 습관처럼 또 어디 숨어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코모란은 오언 퀸이 실종 직전에 쓴 문제적 작품 봄빅스 모리(라틴어로 누에라는 뜻)”가 어떤 내용인지 알게 되자 사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마침내 오언 퀸이 끔찍한 상태로 죽은 채 코모란에 의해 발견됨으로써 본격적으로 퀸의 살인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는 봄빅스 모리를 읽은 사람으로 압축됐다. 퀸의 시체에 가해진 가학적인 행동이 바로 그의 작품 속에 묘사된 것과 일치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 책이 출판도 되기 전이란 점이다. 그러나 이 원고는 꽤나 여러 사람에게 전달이 됐고, 또 보관 자체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단순히 책을 읽은 사람을 모두 범인으로 몰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고, 생전에 퀸의 내연녀와 그녀의 아내도 어쨌든 용의선 상에 오른다. 경찰은 단순 증거들로 리어노라 퀸을 범인이라 지목하지만 코모란은 분명 그녀는 범인이 아니라는 탐정으로서의 확신으로 진범을 추적하는데 적극 나선다.

 

2권의 이 책에서 1권의 중반부까지는 솔직히 참 지루하다. 오언 퀸이 쓴 해괴한 소설들의 내용들을 비롯해 아직 등장인물들이 낯설고 관계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모란이 만나고 다니는 이 사건의 관계자들이 줄줄이 등장해서 오언 퀸에 대해 제각각 증언을 해대는데 읽으면서도 내용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소설 자체가 허구이긴 한데 소설 속에 묘사되는 출판업계의 일과 괴상한 작품들은 실제인 것만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해서든 리어노라의 누명을 벗기고 한시 바삐 그녀를 하나뿐인 지능장애 딸 올랜도에게 돌려보내고 싶은 코모란은 용의자들을 다시 차례대로 만나고 퀸의 실종 직전의 상황들을 재구성하면서 하나의 가설에 도달했다. 그리고 로빈과 어릴 적 친구의 도움으로 확실한 증거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다리가 불편한 코모란을 대신해 로빈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사무실 비서가 아니라 코모란과 파트너로 함께 하고 싶은 로빈의 속내를 모르는 코모란이 그녀의 속을 뒤집기도 했지만 그러면서 두 사람이 서로 알아가고 좋은 파트너십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이 탐정 시리즈물에서 얻는 큰 재미이다. 그리고 고집불통에 마초적인 탐정 스트라이크가 알고 보면 속 깊은 남자라는 것도 이번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범인은 얼추 짐작이 갔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범인을 찾아낸 코모란이 마지막에 가서 범인과 직면하고 사건의 전말을 풀어놓을 때 묶여 있던 매듭이 단번에 풀리는 것 같은 통쾌함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한 원동력인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다. 퀸의 발견 당시 심각했던 사체 훼손 상태에 비하면 범인도, 사건의 해결도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범행의 동기나 범죄 행각이 드러난 후 범인이 보인 행동까지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분명 <실크웜>의 후속은 또 나올 것이고, 스트라이크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탐정 수업에 들어간 로빈의 역할도 꽤나 커질 것 같다. 그러나 다음 번에는 <쿠쿠스 콜링>, <실크웜> 이 두 시리즈에서 느낀 아쉬움들은 잊을 만큼 새로운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