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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by 푸른바람꽃 2015. 2. 16.
지푸라기 여자 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Catherine Arley), 홍은주 | 북하우스 |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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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라고는 젊음과 괜찮은 외모뿐인 한 여자가 인생 역전을 꿈꾸며 위험한 계획에 동참하면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을 다룬 <지푸라기 여자>. 이 소설은 카트린 아를레라는 여성 작가의 대표작이었다. 스무 살이라는 믿을 수 없는 나이에 이 작품을 발표하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카트린 아를레는 꽤나 앞선 사고와 작가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날에 읽는 <지푸라기 여자>에서 번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글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인 34세의 힐데가르트 마이스너는 번역일로 생계를 이으며 호시탐탐 그녀를 가난에서 구제해 줄 남자를 찾기 위해 구혼 광고를 유심히 보던 중이었다. 그러다 운명처럼 발견한 막대한 재산가의 구혼 광고에 힐데가르트는 정성껏 쓴 편지를 보내고, 그녀에게 일종의 면접을 위해 칸으로 와달라며 왕복 비행기 티켓까지 동봉한 답장이 온다. 이때만 해도 그것이 어떤 의미로 그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 힐데가르트도, 독자도 전부를 알지는 못했다.

 

이후부터 이야기는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어 갔다. 그녀를 칸으로 불러들인 사람은 막대한 재산가 칼 리치먼드 대신 그의 비서 안톤 코르프였다. 그는 단순히 보스의 재혼 상대를 물색하기 위해 공고를 낸 것은 아니었고, 힐데가르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그녀의 인생에서 이 제안보다 더 달콤한 유혹은 없었을테지만 그녀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덥석 코르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가 시키는 대로 따른다. 그리고 두 사람의 계략은 계획대로 되는 듯 했으나, 진짜 사건은 칼 리치먼드가 돌연 죽고 나서인 제2부부터 벌어진다.

 

앞서 1부에서는 코르프의 학습이나 코치에 누구보다 명석하게 습득하고 대처하던 힐데가르트였는데 2부로 넘어오면서부터 그는 코르프가 짜놓은 함정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고야 만다. 코르프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철저히 계획해 놓은 탓도 있지만 애당초 힐데가르트가 어리석은 판단만 내리지 않았더라도 그토록 비참한 결말로 치닫지는 않아도 됐을 텐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죄책감이나 연민 따위는 없는 코르프의 사악함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권선징악의 통쾌함 대신 이 책의 결말은 씁쓸함 만을 안겨준다.

 

이 소설은 60여 년 전에 발표됐음에도 여전히 다양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고,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통속적인 이야기를 저자는 그녀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결말까지 속도감 있게 이끌었고,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시키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전개 덕분에 생략된 많은 부분에서는 아마도 각색하는 많은 사람들의 또 다른 아이디어들이 가미될 것으로 짐작된다. 외국에서도 영화화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보다 국내에서 올해 개봉예정인 영화가 소설을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겼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