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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by 푸른바람꽃 2015. 3. 7.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바른번역, 장경현, 나혁진 | 코너스톤 | 20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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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부모님이 사 주신 세계문학전집에는 셜록 홈즈도 있었고, 괴도 루팡-그때는 뤼팽이 아니라 루팡이라 함-도 있었다. 단권짜리의 책이었고 이 책들이 시리즈라는 사실은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하긴 어릴 때는 이 두 책의 저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도, 그 둘의 사이가 그닥 친하지 않다는 것도 몰랐으니 말이다. 이후로 홈즈나 뤼팽 시리즈를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코너스톤에서 아르센 뤼팽전집 완역본이 출간되어 이참에 전설의 뤼팽이 어떤 인물인지 만나보기로 했다.

 

전집의 1<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은 전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만큼 뤼팽이 얼마나 신출귀몰한 도둑인지 그 캐릭터를 몇 가지의 도난, 탈옥 사건들로 묘사해 준다. 대서양을 건너는 배에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뤼팽이 너무 쉽게 잡히나 싶더니 또 솜씨좋게 감옥을 벗어나 활보하는 모습이 가히 대범하고 타고난 사람이구나 싶다. 대체 뤼팽은 어쩌다 도둑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는데 그의 유년 시절부터 남달랐던 재능(?)도 들려주고, 그가 명성을 떨치기 전 처음으로 아르센 뤼팽이란 이름으로 활동할 땐 그 역시 자신 보다 한 수 위의 도둑에게 당하기도 한 신참내기였음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권 중에 첫 번째 책이니 아직까지는 뤼팽의 진면목을 확인했다 싶은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그가 변신과 신분 위장 등에 매우 능하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들의 눈을 잘 피한다는 것, 도둑질을 해 돈을 벌고, 절도 행각 자체를 즐기는 남자가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에서 내간 만난 뤼팽이었다. 그에게 도둑질은 일종의 게임 같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물건을 훔쳐내고, 성공의 달콤함에 금전적인 이득까지 뒤따르는 게임 말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 되고도 어떻게 그렇게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며 또 다른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나갈 수 있는지 뤼팽이 놀랍고 신기하다.

 

1권의 끝에서는 운명의 상대 헐록 숌즈를 보기 좋게 조롱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내가 알던 셜록 홈즈가 왜 이름이 헐록 숌즈라는 기이한 이름으로 바뀐건지 알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셜록 홈즈의 저자 아서 코난도일이 자신의 캐릭터를 함부로 인용하여 뭉개버린 르블랑에게 항의하여 이름의 철자만 살짝 바꾸게 된 것이라고 한다. 영국에 셜록 홈즈가 있다면 프랑스에 아르센 뤼팽이 있다고 할 정도로 국가 간 자존심을 건 두 캐릭터인데 뤼팽의 저자 모리스 르블랑은 이 책의 말미에서도 그렇지만 앞으로 펼쳐지는 다른 이야기에서도 헐록 숌즈의 콧대를 보기 좋게 눌러 버리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라는 유능한 탐정 캐릭터를 평소 좋아했던 내게는 반갑지 않은 이야기다. 그래서 2권은 읽고 나면 뤼팽이 싫어지고, 저자 모리스 르블랑을 원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