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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by 푸른바람꽃 2015. 3. 8.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바른번역, 장경현, 나혁진 | 코너스톤 | 20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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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에서 맛보기로 살짝 등장했던 헐록 숌즈와 본격적인 뤼팽의 두뇌싸움이 펼쳐지는 전집의 2권은 제목부터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이다. 1권 마지막에선 눈앞에 뤼팽이 있었는데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도 모자라 회중시계마저 도난당하고 돌려받는 치욕을 겪은 숌즈. 명탐정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세기의 도둑 뤼팽을 꼭 잡고 말겠다는 숌즈와 뤼팽으로서도 오랜만에 승부욕 불타게 하는 상대를 만났으니 이번 편에서는 둘의 밀고 당기는 대화마저도 재기 넘친다.

 

전집 1권에서는 여러 단편들이 등장해 깊이 있는 사건의 맛은 느끼기에 아쉬움도 컸다. 그런 독자들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이번에는 중편과 단편으로 엮여 있어서 나로서는 더욱 좋았다. 이야기는 수학교사 제르부아가 고물상에서 딸에게 줄 책상을 사면서 시작되는데 여기서도 정체불명의 젊은이가 나타나 이 마호가니 책상에 눈독을 들이며 앞으로의 사건을 암시한다. 재밌는 것은 고작 두 권 째 읽는 뤼팽이지만 항상 뤼팽의 첫 등장은 매력적인 젊은 신사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가가 뤼팽에게 느끼는 애정이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얼마나 이 사내가 매력 넘치는 캐릭터인지 알리기 위함이기도 할 것이다.

 

뤼팽이 욕심내는 물건이 있으면 그건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뤼팽의 손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책상도 마찬가지였는데 문제는 책상 속에 넣어둔 제르부아의 복권이 100만 프랑에 당첨된 것이었다. 유로화로 치면 백만 유로가 12억을 훌쩍 넘는 돈이니 그 당시에도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음이 분명하다. 도둑임에도 뤼팽은 당당하게 복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절반의 금액이라도 나누던지 모두 잃던지 선택을 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제르부아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이렇게 시끌벅적하던 복권 사건이 일단락되나 싶더니 푸른 다이아몬드 반지의 주인 도트렉 남작이 살해되고 간병인 앙투아네트가 실종되면서 범인이 뤼팽이냐 간병인이냐 설왕설래 한다. 이후 푸른 다이아몬드마저 사라지고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자 영국에서 탐정 숌즈가 소환된다. 왓슨이 아닌 윌슨과 함께.

 

뤼팽은 숌즈가 온다는 소식에 친히 마중까지 나가는 대범함을 보인다. 보란 듯이 나타나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는 식의 도발도 서슴지 않는 뤼팽에게선 역시나 이 모든 게 마치 장난처럼 느껴지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후 금발여인의 정체와 이 여인과 뤼팽의 관계, 그리고 밀실이라 생각했던 곳에 어떻게 출입이 가능했는지 등이 뤼팽의 뒤를 쫓는 숌즈의 추리로 하나씩 드러난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대결에서 진정한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다 잡은 것 같아도 어이없이 놓치게 되는 뤼팽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약이 오르는 걸 보면 나는 ‘셜록 홈즈’에 대한 애정에 눈이 멀어 뤼팽의 편은 될 수 없나 보다.

 

첫 번째 사건 금발 여인 뒤에 짧게나마 유대식 등잔 절도 사건도 이어진다. 이번에도 숌즈가 등장해 사건이 해결은 되었고, 작가는 마지막에 두 남자 모두의 승리로 포장을 해 놓았다. 그러나 사건의 해결이 전적으로 숌즈가 뤼팽보다 뛰어나서였다기보다 한 수 위인 뤼팽의 숌즈 봐주기로 느껴진다. 마치 톰과 제리를 보는 것 같다. 그나저나 불쌍한 윌슨... 팔이 부러지고 칼에 찔리는 등 그의 수난은 이번 책에서 가장 애처롭던 대목이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