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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성

by 푸른바람꽃 2015. 3. 8.
기암성 기암성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바른번역, 장경현, 나혁진 | 코너스톤 | 20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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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자 사랑받는 책이 <기암성>이다. 확실히 이번 책에서 가장 신선했던 점이라면 뤼팽과 숌즈, 가니마르 형사의 대결로 이어져온 전편들과는 달리 형사와 탐정을 능가하는 추리력을 보여주는 수사학급 학생 이지도르 보트를레가 등장해 활약한다. 따라서 <기암성>은 이지도르 보트를레와 뤼팽의 팽팽한 대결이 주를 이룬다.

 

제스브르 백작의 앙브뤼메지 저택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 중 한 사람을 목격한 백작의 조카 레이몽드는 여자임에도 침착하게 장총을 뽑아들고 방아쇠를 당겨 범인에게 상처를 입힌다. 이내 총에 맞은 범인을 쫓았으나 부상을 당한 범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모자 하나만 발견된다. 그리고 기자를 따라 살인 현장에 오게 된 장송 드 사일리 고등학교 수사학급 학생 이지도르 보트를레는 의문의 이 사건에 호기심을 느끼고 해결에 뛰어든다.

 

고작 고등학생에 불과한 보트를레지만 단서로 남은 쪽지의 어려운 암호를 해독해 에기유(Aiguille) 크뢰즈(Creuse)라는 결정적인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이후 보트를레는 계속되는 경고성 협박에도 포기를 않고, 부친이 납치되는 사건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혼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 책이 실망스러웠던 점은 역시나 숌즈다. 고작 학생이 이렇게 사건 해결에 몸부림치는 동안 숌즈는 어처구니없이 납치를 당한다는 것. 책의 말미에 보트를레가 숌즈를 만났을 땐 그를 말장수로 착각할 정도이니 <기암성>에서의 숌즈는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럼에도 이 책이 뤼팽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순수한 뤼팽의 열혈 팬이라면 여전히 뛰어난 괴도 뤼팽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 있거니와 뤼팽과 레이몽드와의 사랑 이야기까지 가미되어 뤼팽에게 순정남의 캐릭터까지 확실히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랑스의 지나온 역사와 함께 국보급 보물들이 등장하면서 앞서 읽었던 에피소드들과는 스케일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사랑은 사람도 변하게 한다더니 모든 것을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했던 뤼팽. 그러나 이렇게 끝나버렸다면 이어지는 뤼팽 시리즈도 없어야 했다. 따라서 뤼팽은 그가 바라던 바를 이루지 못했고, 뒤늦게 나타나 기다렸다는 듯 모든 일을 망쳐버린 숌즈도 이 책에서는 최악이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 르블랑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조롱하기 위해 뤼팽 시리즈를 쓴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감 어린 캐릭터를 굳이 사용해 독자의 감정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기암성>에서도 숌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민폐 캐릭터에 불과하고 뤼팽의 호적수로는 보트를레로도 충분했다. 차라리 뤼팽 시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예 숌즈가 등장시키지 않았더라면 괴도 뤼팽을 보다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다. 작가의 셜록 홈즈에 대한 비하가 결국 뤼팽이란 캐릭터마저 훼손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