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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열흘

by 푸른바람꽃 2015. 5. 7.
내 생애 최고의 열흘 내 생애 최고의 열흘
아데나 할펀(Adena Halpern), 황소연 | 소담 |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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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이란 창창한 나이에 죽음을 맞은 알렉스의 천국 입주 이야기를 다룬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은 통통 튀는 유쾌함이 가득한 소설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제작중이라고 하는데 책을 몇 장 읽지 않고도 주인공의 솔직하고 위트 넘치는 이야기로 머릿속에서는 영화 속 장면들이 저절로 그려진다. 그래서 벌써부터 실제 어떤 영화일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저마다 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냐만, 알렉스는 새벽 4시에 장 폐색으로 낑낑대는 애완견 ‘복숭아’를 산책시키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복숭아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갑작스런 죽음에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천국이란 곳에 왔는데 그녀가 도착한 천국은 보통 천국이 아니었다. 천국 중에서도 천국, 일곱 번째 천국으로 안내된 그녀는 꿈에 그리던 집과 죽음으로 이별한 조부모님들과의 재회, 그리고 옆집에는 매력남 애덤이 살고 있는 등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곱 번째 천국에서는 원하는 모든 것이 생각만으로도 현실로 존재하며, 외모도 완벽하게 유지되니 칼로리 걱정 따위 없이 산해진미를 마음껏 먹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알렉스에게 일곱 번째 천국은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계속 머물러도 되는지 일종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던 것! 과제는 한 편의 에세이였고, 주제는 ‘생애 최고의 열흘’이었다.

 

알렉스는 살면서 큰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성자의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제 나이의 또래들처럼 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아가씨였다. 그런 그녀의 일생에서 최고라 꼽을 만한 열흘을 골라내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 같았다. 알렉스는 자신이 태어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 부유한 환경 속에서 사고 치며 방탕하게 소비하는 인생을 살아온 면도 없지 않았고, 그럴수록 자신은 일곱 번째 천국에 머물 자격이 안 된다고 여긴 알렉스였지만 애덤의 조언과 함께 에세이가 점차 완성될수록 자신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인생을 즐기고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알렉스가 기록한 마지막 최고의 하루는 진한 감동까지 선사하며 마무리 된다. 알렉스의 천국 입주 테스트 결과는 책을 읽지 않아도 짐작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에필로그처럼 10년 후의 이야기가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가끔은 지극히 평범한 내 인생이 하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별한 재능도 없고, 확실한 미래도 보이지 않으며, 매일 열심히 산다고 아등바등하는데도 앞으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기분 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대다수의 사람이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렇다고 해서 그 인생이 잘못되었거나 무가치한 것은 아님을 이 소설은 이야기 하고 있다. 하나의 인격체로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그는 유일무이한 소중한 존재임을 말이다. 쉽고 재밌게 잘 읽히면서도 이렇게 소중한 깨달음과 뭉클한 감동까지 주는 작품이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