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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1

by 푸른바람꽃 2015. 6. 4.
차일드 44 1 차일드 44 1
톰 롭 스미스(Tom Rob Smith), 박산호 | 노블마인 |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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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하는 화려한 문구에 유혹 당하지 않을 수 없었던 <차일드 44>는 곧 개봉되는 동명의 영화 원작으로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저자 톰 롭 스미스가 2008년 발표한 그의 첫 장편 소설인 이 작품은 발표 당시에도 최고의 스릴러 작품이라며 큰 화제를 낳았다고 하는데 그러한 인기를 입증하듯 수년 후에도 재출간 되었고, 이번에는 영화 개봉에 맞춰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저자의 첫 장편 소설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차일드44>가 품고 있는 이야기는 강렬하고, 묵직하며, 짜임새가 있다. 구소련의 엽기적인 살인마 ‘안드레이 치카틸로’를 모티브로 한 것이라 하며, 안드레이 치카틸로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찾아본 결과 짐승 보다 못한 살인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소설 속 이야기는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의 시대에 파벨이라는 한 소년이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사건은 20년의 시간이 흐른 1953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다.

 

 

국가안보부 MGB의 잘 나가는 간부 요원인 레오는 주변에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의심하라는 신조로 비밀 스파이를 색출해 내는 임무에 철두철미한 인물이었다. 그만큼 그는 조국과 자기 자신, 그리고 그를 둘러싼 환경마저도 맹신하다시피 했었다. 그러던 레오의 삶과 믿음이 산산조각나게 된 계기가 생긴다. 그것은  MGB 소속 부하 표도르의 아들이 사망한 사건을 맡게 되면서였다. 희생자는 처참하게 죽은 채 철로에서 발견 된 어린 소년이었고 사고로 치부하기에는 누가 봐도 죽음의 모습이 기이했다. 이를 두고 표도르와 그 가족들은 살인 의혹을 제기했으나 상부에서는 사고사로 서둘러 사건을 종결짓길 원했다. 스탈린 공포정치 체제에서 살인사건은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 이 같은 악질범죄는 곧 체제의 수치이자 오점으로 남을 것이 분명했고, 가장 이상적이고도 완벽한 국가 상태라는 세뇌에 장애가 될 뿐이었다. 국가에게 소년의 죽음에 얽힌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체제의 유지가 중요할 뿐. 과거의 레오였다면 그도 그냥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충성을 맹세한 국가가 과연 정당한지 의구심을 품게 된 레오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그로 인해 당의 고위 간부에서 나락으로 추락하며 자신 뿐 아니라 온 가족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계속 발견되는 아이들의 주검 앞에 이 사건은 절대 사고로 덮을 일이 아니었고, 레오는 목숨을 건 범인 추적에 나선다. 과연 이 연쇄살인의 범인은 누구이며, 또 20년 전 사라진 소년은 이 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작가는 긴장감 있게 그려 보였다. 사회 체제에 억압된 채 살아온 개인이 체제에 순응하지 않을 때 겪게 되는 내적인 변화와 갈등, 그리고 고군분투 하는 모습 등은 과거에 본 영화 ‘이퀼리브리엄’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일단 자신을 가둬둔 벽을 깨고 나와야 하고, 그걸 시작으로 가시밭길이 펼쳐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진실에 눈을 뜬 순간 거짓된 삶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진실은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보다 먼저 본 원작 소설, 과연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느낌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