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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by 푸른바람꽃 2015. 6. 8.
오베라는 남자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최민우 | 다산책방 |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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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인지 상당히 심기 불편해 보이는 남자가 독자를 마주보고 있다. 다산북스에서 내놓은 <오베라는 남자>의 표지는 이 책에서 말하는 ‘오베’가 어떤 인물인지 그림으로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오베는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원리원칙주의자에 남의 잘못도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까칠한 성격의 참견 쟁이 아저씨였다. 이런 남자와 함께 사는 여자의 고충도 이루 말할 수 없겠다 싶었는데, 0과 이, 흑과 백의 남자 오베의 아내 소냐는 안타깝지만 세상을 떠났다. 오베의 인생에서 유일한 색깔은 아내 소냐 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죽고 나자 오베는 철저히 혼자가 되었고, 다시 흑백의 삶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오베는 소냐의 곁으로 가기 위해 죽음을 결심한다.

 

그러나 오베의 죽음은 그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알람시계 따위는 필요 없을 정도로 계획적인 삶을 지향한 그에게 죽음도 인생의 마지막 계획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사 온 멀대의 가족들과 신경 거슬리는 첫 만남이 있은 후부터 그의 죽음은 차질을 빗기 시작한다. 게다가 여태 살면서 이웃 주민들과 얽히는 일 따위는 만들지 않으며 고립된 삶을 살아온 오베였건만, 죽음을 결심한 순간 사람들은 오베의 인생 속으로 예고 없이 들이닥치기 시작한다. 남의 일이라면 애초에 신경을 끊고 살고 싶은 오베였다. 하지만 본인의 바람과 달리 오지랖이라면 태평양을 덮고도 남을 오베였기에 본의 아니게 이웃 주민들과 얽히는 일이 자꾸만 생긴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신경질적이고 무섭게 화를 내는 오베였고, 그래서 많은 오해도 샀다. 그러나 사실 오베는 남들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심성을 지녔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본인 스스로가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남들에게도 그것을 요구할 뿐이다. 오베가 바로잡고자 하는 일들이나 항의하는 것들 중에 옳지 않은 일은 없다. 오히려 남들은 본인의 편의만을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민폐를 끼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오베가 이런 원리원칙주의자가 된 데에도 또 그 만한 사정이 있었고, 그런 그가 소냐를 만나고 느꼈을 행복과 사랑, 그런 소냐의 상실이 가져다 준 상처와 외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람은 겉모습이 전부가 아닌데 흔히들 보여 지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일 것이라 착각하고 오판한다. 오베를 알기 전에 그는 단순히 성격 괴팍한 59살의 남자였다. 그러나 그를 알고난 지금 오베가 누구보다 인간미 넘치는 사람임을 알고 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과도 일견 닮은 것 같다. 진심은 그게 아닌데 표현을 할 줄을 몰라서 매사 퉁명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며, 걱정도 화를 내듯 하는 우리의 아버지들 말이다. 이런 마음이 이 책의 결말과 오버랩 되면서 마지막에는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전해 준다. 개성 강한 캐릭터가 선사하는 진지한 상황의 재치 넘치는 유머로 많이 웃었고, ‘오베라는 남자’가 걸어온 길을 통해 우리의 인생도 돌아보며 눈물 훔치기도 했던 멋진 책이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