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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

by 푸른바람꽃 2015. 6. 23.
하우스 오브 카드 하우스 오브 카드
마이클 돕스, 김시현 | 푸른숲 |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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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있다는 것도, 이 드라마가 제법 인기 있다는 것도 어느 통신사의 CF로 처음 알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즐겨 보는 미드(미국드라마) 한두 가지는 있었는데 그 마저도 시즌이 종료되면서 시들해져서 해외 드라마 소식은 전혀 모르고 살던 탓이다. 그런데 정치 스릴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연 배우가 케빈 스페이시이고, 감독은 데이빗 핀처라니 대체 이 작품의 정체는 무엇인지 저절로 찾아보게 됐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은 화제의 이 드라마는 원작이 따로 있었는데 영국의 마이클 돕스가 쓴 소설 <하우스 오브 카드>가 그것이었다.

 

돕스의 소설 속 배경은 당연히 영국이었다. 따라서 행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이 아닌 총리이다. 5년간 영국을 이끌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거쳐 승리한 자만이 영국의 의회에 입성한다. 그리고 이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이 결정되는 것까지는 우리나라와도 같다. 그러나 영국의 총리는 총선에서 승리한 여당의 대표가 임명된다는 점이 우리와 달랐다. 소설에서는 이 결전의 날로 독자를 데려다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권당의 원내대표로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은 프랜시스 어카트는 또 한 번의 총선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쳤다. 야당에게 대승을 거둔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일은 결과가 중요한 법이었다. 지금의 총리는 연임할 수 있게 됐고, 그 일등 공신은 프랜시스 자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는 이번 기회에 원내대표 따위가 아닌 행정 수뇌부로 승진하게 되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다시 평정심을 되찾은 총리는 프랜시스가 원내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길 원했고, 프랜시스가 원했던 자리에는 다른 인물을 점찍어 놓고 있었다. 이때부터 프랜시스의 야망은 거침없이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주지 않으면 뺏으면 그만이었다.

 

그동안 원내대표로 당에서 일어나는 온갖 추문과 사건, 사고 등을 은행에 저축하듯 차곡차곡 모아둔 프랜시스에게 사람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계획이 생기자 그는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긴다. 총리의 치부라 할 수 있는 구재불능의 형과 총리를 한 방에 보내버릴 사기극을 꾸미고, 마약에 빠진 홍보국장 로저 오닐과 특종을 노리는 여기자 매티, 동료 의원들까지 프랜시스는 마치 인형처럼 뒤에서 조종하며 이용한다. 언론조작과 문서 위조, 사기, 성 접대 그리고 종국에는 살인까지 모든 것이 픽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이 책은 사실적이다. 저자가 실제 마가렛 대처 수상의 곁에서 요직을 수행하기도 했거니와 지금도 영국 총리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라니 이 책의 내용 상당 부분은 돕스의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리라.

 

한순간에 정계에서 내쳐진 돕스가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이 소설이 작가 자신에게는 결과적으로 치유의 시간이고 다시 없을 선물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의 제목처럼 어카트가 쫓는 권력은 모래성일 뿐이다. 거친 파도가 한 번 휩쓸고 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인데, 파도가 밀려오기 전 그 짧은 순간 유지되는 자신만의 성을 짓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정치판은 마치 지옥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았다. 작가는 스스로 악마가 되어서까지 놓지 못하는 그 권력의 허상을 이 작품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