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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40상, 하&#41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푸른바람꽃 2011. 12. 29. 23:15
로마 (상) 로마 (상)
스티븐 세일러(Steven Saylor), 박웅희 | 추수밭 | 201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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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서브 로사>를 읽고 빠져든 사람이라면 그의 책 <로마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를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로마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추리소설 형식을 빌린 <로마 서브 로사>는 12권까지 발표되었으나 국내에 소개된 것은 4권에 그친다. 번역 작업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국내에 소개되는 속도가 매우 더딘 것이 이 작품의 유일한 흠이라 할 정도로 <로마 서브 로사>는 새로운 형식의 로마 역사서이자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적 재미까지 갖춘 작품이다. 그런데 기다리던 <로마 서브 로사> 5권은 나오지 않고 이번에 출간된 작품은 스티븐 세일러의 또 다른 작품 <로마>였다.

 

<로마>는 작품 부제 그대로 작가의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로마의 천 년 역사를 드라마로 재현해 놓았다. 역사란 지나고 보면 대부분 기이한 일들 투성이에다 사건 중심의 기록이라서 극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게다가 세계사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로마의 역사는 언제 들어도 재밌고 새롭다. 그 반면 어렵고 낯선 인물들의 이름으로 기억에 남는 역사적 인물을 몇명 되지 않고 로마의 역사를 통으로 꿰고 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기원전 1000년을 시작으로 기원전 1년까지 천년의 시간을 두고 최초의 로마 형성에서 왕정시대, 공화정 시대, 절대왕정 시대 등 로마의 흥망성쇠를 차근차근 짚어 나간다.

 

<로마>를 펼치자마자 가장 재밌었던 것은 로마 건국 이전의 원시신앙에서부터 로마의 건국 역사가 잉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흔히 로마 건국의 시발점은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 전설에서 찾는데 스티븐 세일러는 그 보다 훨씬 전인 기원전 1000년에 날개돋친 남근을 형상화한 '파스키누스'라는 애뮬릿 즉 호신부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한 마디로 저자는 역사를 역사 이전의 전설로 재구성하여 역사와 신화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와 더불어 "포티티우스" 가문과 "피나리우스" 가문의 엇갈린 운명이 로마 역사라는 큰 강줄기와 함께 흘러 왔음을 두 가문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묘사하는 방법을 취해 역설한다.

 

이 책에서 '파스키누스'의 행방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각각의 이야기는 당대의 '파스키누스'의 주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로마의 위정자들도 이 책에서만큼은 주변인물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로마 하층민인 노예에서부터 상류층 귀족에 이르기까지 계층별로 그들이 바라보는 시대상이 다각적으로 드러나 있으며,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남근 신앙과 구복신앙, 우상 숭배 신앙, 점복신앙 등 우리나라의 고대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민간신앙이 고대 로마사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천년의 드라마"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11편의 이야기는 '파스키누스'가 후대로 전해지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 닳고 닳은 남근의 형상은 어느덧 십자가 모양과 비슷해 진다. 하지만 이 상징적인 호신부는 그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가지며 <로마> 마지막 에피소드에 이르러 루키우스의 손자에게로 전해진다. 그리고 지난 천년 간의 로마 대장정은 일단락 되었다. 비록 <로마>는 여기서 끝이 났지만 스티븐 세일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로마>를 통해 그 탄생과 초기 발전 단계의 로마를 만났다면 앞으로 우리는 로마의 전성기와 쇠퇴기도 만나게 되리라. 작가가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열쇠로 삼은 '파스키누스'의 행방은 과연 어떻게 될런지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