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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푸른바람꽃 2012. 5. 13. 13:52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이유정 | 팜파스 | 201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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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고를 때 저자가 카피라이터 출신이라고 하면 더 솔깃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카피라이터 직함을 달고 수년간 광고대행사에 몸 담았던 경험 탓이다. 그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느껴지는 카피라이터의 애환을 공감하며 그 때의 고달팠던 나를 위로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처럼 그들도 카피라이터였는데 현재의 그들은 자신의 책을 쓴 작가라는 점이 나를 자극하기도 했다.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를 쓴 이유정 작가 역시 카피라이터다. 지금은 책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는 작가지만 그녀는 여전히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글쓰기 강의도 겸하고 있다. 그녀의 책을 찾아 읽기에는 이러한 그녀의 이력만으로도 충분했지만 그녀와 나 사이에는 한 가지 더 공통점이 있었다. 사흘에 한 권 꼴로 책을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쓴다는 점이 그것이다.

 

솔직히 내가 쓴 서평과 그녀가 쓴 서평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그러나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는 서평들을 묶어 놓은 책이라기 보다 책의 일부 내용과 연결된 저자의 경험담이 주를 이루는 책이었다. 분명 내가 기대하고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했고,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 삶, 관계, 일, 꿈, 감정까지 총 다섯 가지의 주제로 분류되어 있고 각각의 주제에는 다시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와 여러 권의 책이 등장한다. 이 책이 '일상 독서기'라고 해서 책의 주인공도 당연히 책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의 주인공은 어쩌면 당연한지 몰라도 저자 '이유정'이다. 저자의 소소한 일상사가 주요 내용이며, 솔직하게 털어놓는 저자의 속마음이 때로는 거울에 내 마음을 비춘 듯 너무도 같아서 놀랍기도 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우리의 속마음이 그동안 읽었던 어느 책 속의 문장들로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때이다.

 

항상 뭔가 새롭게 도전하기에는 내 나이가 많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가 "지금의 나이가 항상 자신이 경험해본 가장 많은 나이이기 때문"(p.28)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여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나이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크로아티아에 가서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다시 읽는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독서를 즐겨보고 싶고, 이 책 덕분에 뒤늦게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나서 암묵지의 가치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됐다. 무엇보다 '카피가 내 글이 될 수 없는 이유'라는 에피소드는 내게 절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카피로 쓴 글은 내가 썼지만 결코 내가 쓴 글이라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고, 나 역시 항상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렸다. 전업 작가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었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전하는 것처럼 직업에서 얻는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글감이다.

 

지난 한 주는 특별히 바쁜 일도 없었는데 유독 힘들었고 그래서 더욱 지쳐 있었다. 수요일 오후, 새로 바뀐 담당 기자와 오찬을 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는 혹시 오늘이 금요일이 아닌가 달력을 다시 들여다 보기도 했다. 그나마 지난 한 주 나를 위로하며 버티게 해 준 것은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였다. 매일 밤 잠들기 전 가볍게 읽어 나갔지만 어떤 문장들은 다음 날에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내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 보는 기회도 되었다. 그러니 언젠가 이유정 작가에게도 전하고 싶다. 그녀가 쓴 글을 나 역시 3년 후면 잊어버릴 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에는 내 마음에 와닿았노라고.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