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 |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 웅진지식하우스 | 20120903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몇 달 전, 김난도 교수가 쓴 ‘어른아이’를 위한 에세이를 읽으며 ‘어른’이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 단순히 청소년에게 금지된 모든 것들이 허용되는 만19세 이상이 되었다고 어른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아마도 이 나이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사실에 모두 동의하리라. 그럼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어서야 겨우 어른이 된다고들 한다. 그렇게 치자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나는 이 말이 사실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어른이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나이만 먹었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살아갈수록 더욱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원하든 원치 안든 우리 모두에게 ‘어른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백영옥 작가는 그 시간이 임박했음을 스스로 확인하듯 그동안 자신의 삶을 구성했던 이야기들을 산문집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에 담아 놓았다. 언제부턴가 늘그막에는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되었고, 그래서 소설가들의 삶이 궁금했었다. 그런 내게 그녀의 지나온 길은 찰나의 순간일지 몰라도 나의 과거와 현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를 나의 미래 사이의 어디쯤인 것만 같았다. 겉멋이 잔뜩 든 글을 꽤나 잘 썼다고 착각하며 그 대가로 월급을 받던 시절의 내가 보이기도 했고, 주구장창 신춘문예에 떨어지듯 허구헛날 서류전형의 문턱조차 넘지 못해 아등바등하던 내가 보이기도 했다.
그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지 이 산문집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것이다. <다이어트의 여왕>이 내가 읽은 그녀의 작품 전부였는데 그 소설에서도 그녀의 글맛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산문집은 저자 백영옥에 깊은 관심을 갖게 해 준 결정적인 책이었다. 무엇보다 나와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진 저자에게 친근함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인디 밴드들의 음악과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많았는데 특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보는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그녀의 감상에서 다시금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공감했다.
글쓰기에 대해 뭣도 모르던 시절에는 에세이가 가장 쉽게 쓰여 지는 글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직접 습작을 해 보고, 또 남이 잘 써놓은 글을 거듭 읽으며 세상에 쉽게 써진 글은 없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에세이는 마음만 먹으면 직접 써보기에 용이한 장르다. 그러니 흔하디흔한 에세이들 가운데 책으로 펴낼 수 있을 만큼 잘 쓰려면 아마도 갑절의 노력은 더 필요했을 것이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이 책의 문장들은 맛있다. 그리고 나처럼 운명적으로 저자와 취향까지 비슷하다면 더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델리 스파이스의 “챠우챠우”의 의미,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큰 반전이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며 나도 인터넷을 검색해 봤으나 역시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꼭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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