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넘브라의 24시 서점
![]() | 패넘브라의 24시 서점 오정아, 로빈 슬로언(Robin Sloan) | 노블마인 | 20131002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어릴 때만 하더라도 걸어서 5분 내외의 거리에 서점이 두 세 곳은 있었다. 그래서 동네 서점이란 말도 자주 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서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동네 서점도 옛말이 되고 말았다. 요즘엔 시내 중심가에 나갈 때만 대형 서점에 들러 책을 둘러보는데 그럴 때마다 동네 서점이 그립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은 제목처럼 24시간 문을 열어두고 손님을 맞이하는 동네 서점이다. 낮이면 몰라도 모두가 잠든 새벽에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수지타산에 맞지 않을게 분명한데 페넘브라는 3교대로 서점을 하루 종일 열어둔다. 그리고 이곳에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야간근무자로 클레이 재넌이 들어온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실직을 하게 된 재넌은 재취업이 되지 않던 중 서점의 구인광고를 보고 아르바이트 삼아 페넘브라의 서점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서점에 막상 들어오고 보니 24시간 운영 외에도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페넘브라는 재넌에게 근무 중에는 절대 자리를 비워서도 안 되고, 서가의 책들도 볼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근무 일지를 깨알같이 쓰도록 되어 있는데 손님이 구입해 가는 책뿐만 아니라 그 손님의 특징적인 사항까지 모두 적으란다.
원래 금지된 것에 더 큰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 인지상정. 클레이도 예외가 아니어서 보지 말라던 책도 펼쳐보게 된다. 그런데 이 책들조차 읽을 수 없는 암호와 같아 이상하기 짝이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책들을 찾는 손님도 수상쩍긴 마찬가지였다. 이 때부터 재넌은 서점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밝혀 나가기 시작한다. 본인이 그나마 가장 잘 다루는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페넘브라 서점의 책과 손님, 그리고 주인 페넘브라까지 추적한다. 그리고 재넌의 주위에는 구글러 여자친구 캣을 비롯해 오후 근무자 올리버, 친구 닐, 룸메이트 맷 등이 조력자로 등장해 크고 작은 도움을 준다.
이 이상한 서점의 비밀은 책이라는 아날로그 정보 창고와 컴퓨터라는 디지털 정보 기술의 묘한 경쟁 구도 속에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러기까지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은 이야기를 너무 질질 끄는 감이 있다. 책의 절반 가까이를 대체 무슨 내용을 읽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무미건조한 내용과 시시껄렁한 미국식 농담들로 채워져 대체 언제부터 이 책은 재밌어 지는 것인지 그게 더 궁금할 정도다. 그러고 보면 이 책에 대한 간단한 줄거리 소개와 흥미를 자극하는 몇 가지의 내용들은 출판사에서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독자들을 잘 유혹하고 있는 셈이다. ‘부러지지 않은 책등’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일종의 북 클럽 정체까지 드러나면서부터 뒤늦게 이 책이 조금 재밌어 지려는데 다시금 이야기는 잠시 긴장감을 조성하다 급작스레 결말로 치닫는다.
게리츠존 서체의 숨은 암호로 알두스 마누티우스의 코덱스 비테와 영생의 비밀을 찾는 과정에서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이 댄 브라운의 작품들처럼 지적 스릴러 장르이길 바랐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코덱스 비테’라는 것 자체도 낯선데 그리 흥미도 못 느꼈다. 또 알두스 마누티우스라는 실존 인물이나 특히 우리의 바탕체와 비슷한 미국의 게리츠존 서체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 충분한 설명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대신 캣의 직장인 구글에 관한 내용들은 재밌게 읽었다. 구글 회사에 대한 묘사는 사실과 차이가 있다하니 그건 둘째 치고, 구글 검색이나 명령 기능이 실로 이렇게나 대단한 줄은 미처 몰랐다. 그래서 책의 줄거리보다 역시 앞선 기술도 알아야 써먹는다는 교훈과 함께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되뇌며 이 책을 덮었다. 이게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이 진짜 이야기 하려던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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