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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난폭

푸른바람꽃 2014. 9. 7. 23:23
사랑에 난폭 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권남희 | 은행나무 |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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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으로 유명하고 또 이 책으로 관심을 갖게 된 요시다 슈이치. 하지만 아직 <악인>은 읽지 못했고, 몇 년 전 <요노스케 이야기>를 거쳐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에 이어 이번에는 그의 신작 <사랑에 난폭>을 읽었다. 몇 권의 요시다 슈이치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 작가의 작품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게 어느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으면 그 작가만의 색깔이 보이는데 요시다 슈이치는 그 색깔을 잘 모르겠다. 이번에 <사랑에 난폭>을 읽고 나면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색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건만 이번에도 이 작가는 실망시키지 않고 이전 작품과는 전혀 다른 소설을 내놓았다.

 

주인공 모모코는 문화센터에서 비누 만들기 강습을 주1회 나가며 평범한 삶을 사는 전업 주부이다. 결혼 생활 8년차지만 아직 자녀는 없고 시부모님의 댁에서 별채에 남편과 머무는 그녀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여자의 육감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느닷없이 별채의 다다미 마루 밑에 집착하기 시작한 그녀. 그리고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사랑에 난폭>은 특이한 서사 방식을 가지고 있다. 책을 열자마자 유부남과 내연 관계에 있는 한 여성의 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모코의 일상과 그녀의 일기를 읽을 수 있다. 각 장은 작가가 숨겨둔 후반부의 반전이 등장할 때까지 이 같은 구성이 반복된다. 따라서 어렵지 않게 내연남의 정체가 모모코의 남편임을 알 수 있다.

 

이후 모모코의 일상은 조용히 하지만 급속도로 변화해 간다. 남편의 외도 커밍아웃에 이은 내연녀의 등장, 시아버지의 병환,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시아버지의 출생의 비밀과 그 연장선 상에 있는 것 같은 모모코의 다다미 마루 탐험 등으로 말이다. 사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녀가 왜 그렇게 다다미 마루에 집착을 했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렴풋이 그것이 이 집에 머물렀던 시아버지의 생모의 삶과 모모코 자신의 삶을 동일시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건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기대했던 것은 출판사에서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마침내 속는 건 누구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과연 요시다가 감춰둔 그 반전이란 게 뭘까 그 궁금증으로 책을 끝까지 읽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침내 갑작스런 혼란 속에 그 반전을 맞이하자 기대한 보람이 있다 싶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책들에서 볼 수 없었던 기발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알기로는 이 책 <사랑에 난폭>은 신문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아는데 아마도 이 반전을 연재물로 처음 마주했을 때는 훨씬 더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나 역시 방금 읽은 이 일기는 뭐지, 누가 쓴 거였지?’ 혼돈 속에 앞서 읽었던 페이지들로 되돌아가 다시 반복해 읽고 나서야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무릎을 탁 쳤으니 말이다. 작가가 심어놓은 일종의 트릭인데 참 절묘하다.

 

누군가의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되고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 <사랑에 난폭>을 읽으며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사랑이 죄는 아니지만 사랑에도 예의는 필요한 게 아닐까? 관계가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행위가 얼마나 무책임한 행위인지... 이상한건 여느 여자가 모모코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안됐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녀의 과거를 알고 나서그런지 모모코에게는 그런 동정이 생기지 않았다. 모모코는 그냥 그렇게 또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착한 여자의 편만 들고 싶은 내 마음이 그렇게 믿기로 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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